1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한 청년이 취업 준비 학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3년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임시·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등 청년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달 15∼29살 청년층의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6.4%로, 1년 전에 견줘 0.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상승 폭은 2021년 2월(26.8%) 3.7%포인트 오른 뒤 3년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5개월 연속 전년 대비로 내리거나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단 한 차례도 악화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12월 0.5%포인트 오른 16.0%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전환했고 지난달에는 상승폭이 더 커진 것이다.
체감실업률은 통계청이 집계하는 공식 실업률이 포착하지 못하는 ‘잠재 실업자’를 포괄하는 지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른 직장을 찾는 ‘알바생’이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공시생’ 등 노동시장 안팎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지난 1주간 일하지 않고, 4주 간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해야 하는 등의 실업자 기준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실업률 집계에서 제외된다.
아르바이트·인턴 등으로 기본적인 생계를 해결하면서 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에 계속 도전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체감실업률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송준행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체감실업률 계산에 포함하는 청년층 시간 관련 취업가능자가 증가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시간 관련 취업가능자는 주 36시간보다 적게 일하는 단시간 취업자로, 공식 실업률 통계에선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고용보조지표에서는 실업자로 분류한다.
지난달 청년층 시간 관련 추가 취업가능자 수는 13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4만1천명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전년 대비로 증가하고 있고, 2021년 2월(4만6천명) 이후 3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정규직 등 안정된 일자리가 한정된 상황에서 취업에 실패하거나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질 낮은 일자리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신입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주로 뽑는 대기업 등 채용 방식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년 고용률 지표도 어둡다.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도 청년 취업자(-21만8천명)가 큰 폭으로 줄면서 1.5%포인트 하락한 44.8%를 기록했다. 2021년 1월 2.9%포인트 하락한 이후 4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고용률은 취업자를 총 인구 수로 나눠 구한 값이다.
지난해 ‘12·3 내란 사태’ 이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내수 시장의 부진 역시 청년들의 체감실업률과 고용률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청년들이 많이 진입하는 음식·숙박업이나 도·소매업 등 대면 서비스업은 내수 악화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는다”며 “이런 분야에서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 취업자들이 추가 취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2월과 1월 숙박음식업 및 도소매 취업자 수는 각각 전년동월대비 8만4천명, 6만5천명씩 감소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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