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U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맞서 개발된 인공지능(AI) 전용 칩으로, 병렬처리에 특화돼 AI 학습과 서비스(추론)를 지원합니다. 현재까지 엔비디아의 GPU를 능가하는 NPU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대기업이나 글로벌 빅테크를 떠나 NPU 설계에 도전하는 딥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퓨리오사AI는 리벨리온, 딥엑스, 모빌린트, 에임퓨처 등과 함께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기업 중 하나입니다.
퓨리오사AI의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사진=퓨리오사AI) |
퓨리오사AI는 2017년 설립 이후 데이터센터용 NPU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업력으로 볼 때, 퓨리오사AI는 국내 NPU 설계업체들 중 선두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퓨리오사AI는 그간 각 투자 라운드를 거쳐 기업가치가 약 8000억원으로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소규모 브릿지 투자를 받으며 근근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회사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1671억원에 달하며, 최근에는 크릿벤처스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의 퓨리오사AI의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 투자사들은 투자금 회수(Exit)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가 퓨리오사AI를 인수한다면, 이는 국내 AI칩 설계 인력의 전문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자본시장에서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로도 해석됩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퓨리오사AI가 한국 기업이 아닌 미국, 중국, 이스라엘 기업이었다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팹리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은 단순히 자금 조달을 넘어, 연구개발, 해외 시장 진출,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집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자본시장은 기술력 있는 기업들에게 충분한 자금을 제공하기엔 여전히 미성숙하다는 지적이 존재합니다.
한 AI칩 팹리스 업체 사장은 “만약 퓨리오사AI가 미국, 이스라엘, 중국 기업이었다면, 이처럼 추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당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한국 자본시장의 미성숙함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메타가 인수한다면 이는 퓨리오사AI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퓨리오사AI의 사례는 한국의 AI 산업이 겪는 자본시장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그에 걸맞은 자본과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