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트럼프 법무부에 반기 든 '월가의 저승사자', 사표 내고 떠났다

0
댓글0
법무부가 뉴욕시장 사건 기소 취소 지시하자 반발
FTX 창업자 기소한 능력 있는 검사
법무차관 “행동 평가받게 될 것”
조선일보

13일 미국 법무부의 지시에 반발해 사표를 낸 다니엘 사순(38) 뉴욕 남부지검 직무대행 검사.(뉴욕남부지검)/AP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로부터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의 부패 혐의 사건에 대한 기소를 취소하라는 명령을 받은 뉴욕 연방 검찰 고위 관계자가 13일 사임했다. 지난 10일 기소 취소 명령을 받은 지 3일 만이다. 또 법무부가 이 사건을 워싱턴의 공공 청렴성 부서로 보내려고 하자, 이 부서 관계자 두 명도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를 엄격하게 통제하려는 시도에 대한 대중적 저항을 의미한다”고 했다.

CNN 등에 따르면 다니엘 사순(38) 뉴욕 남부지검 검사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2시 자신의 동료에게 이메일로 “조금 전 법무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미국을 대표하고 남부지검의 검사로 정의를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가장 큰 영광이었다”고 했다. 뉴욕 남부지검은 세계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의 금융 범죄를 중점적으로 수사하는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사순 검사는 고객 자금 수십억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수사를 담당해 1심에서 징역 25년형을 끌어낸 능력 있는 검사다. 지난달부터 직무대행으로 검찰청을 이끌고 있었다. 사순은 법무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건을 기각하라는 명령은 편파적이지 않게 범죄를 기소하고 법원에서 주장해야 하는 내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부패 혐의로 기소된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로이터 연합뉴스


현지 언론에서는 뉴욕시장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해 9월 뇌물 수수 등 5개 혐의로 기소됐다. 브루클린 구청장이었던 2014년부터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 등으로부터 무료 또는 할인된 항공권과 무료 식사, 호화 호텔 숙소 등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고 뉴욕 주재 튀르키예 총영사관이 신축 건물 사용 승인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사법 족쇄에 얽매인 애덤스는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자 보복 수사를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또 대선 때 상대 당 후보인 트럼프를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대선 후 플로리다 마러라고를 찾아 트럼프를 만나는 등 자신의 법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뉴욕에 받은 이민자들을 위한 숙소도 하나씩 없앴고, 트럼프의 ‘국경 차르’ 톰 호먼을 만나는 등 트럼프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 그리고 법무부는 이번 주 초 그를 기소한 뉴욕 남부지검에 사건을 더 이상 진행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하버드대와 예일 법대를 졸업한 사순은 2016년 검찰에 들어오기 전 연방대법원에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서기로 일했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법원 내 대표적인 보수주의자였다. 사순은 보수적 법률 단체인 ‘연방주의자 협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지난달 22일엔 자신의 이름으로 애덤스를 기소한 이유를 적은 서류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사표를 낼 때까지 애덤스에 대한 기소를 취소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 관련 반발은 이어졌다. 법무부는 뉴욕 남부지검이 사건을 취소하지 않자 이 사건을 법무부 공공청렴성 부서로 재배당하려고 했는데, 이 부서 고위 관계자 2명도 사임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에밀 보브 법무 차관./AP 연합뉴스


한편 법무부는 사순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애덤스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에밀 보브 차관은 해당 사건에 참여했던 검사들이 휴직에 들어가게 되면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내부 조사팀이 조사할 것이라고 사순에게 알렸다”면서 “두 기관이 사순의 행동에 대해서도 평가를 할 것”이라고 했다. 보브는 “사건을 기각하라는 명시적인 지시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동기에 기반한 기소를 계속 추진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사임을 수락한다”면서 “당신은 법무부에 입사할 때 맹세했던 선서를 잊어버렸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뉴욕=윤주헌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중앙일보성형에 14억 쓴 브라질 모델, 공항서 40분간 당한 일…"충격적"
  • 이데일리푸틴 명령에 러 쿠르스크 탈환 속도…휴전 협상력 약해진 우크라
  • 머니투데이어린 딸 성폭행 영상 돌려본 아빠들…믿기 힘든 만행에 일본 발칵
  • 프레시안WSJ "트럼프, 최상목 대행과 소통 의욕 없어"…미 관세 공격에 무력한 한국
  • 연합뉴스"디도스 공격처럼" 북한군 인해전술…"우크라군, 쿠르스크 상당수서 밀려나"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