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일사일언] 코코 샤넬이 바란 ‘자유’

조선일보 박시영 2025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자
원문보기
스커트 길이가 무릎 근처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디자인 덕분이었다. 코르셋으로 자신을 옥죄고,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품이 커다란 치마를 두른 채로 다녀야 했던 시기에 여성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전쟁으로 생긴 가난과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 또한 노동해야 했으나,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노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 여성들에게 사회적 입지를 가져다준 인물이 코코 샤넬이다.

그가 최초로 만들어 낸 것은 생각보다 많다. ‘스커트’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가 떠올리는 무릎 아래 7cm 정도 길이의 치마를 만들어 낸 것도 그였다. 구겨지지 않으면서도 땀을 잘 흡수하고 신축성이 있어 남성들의 속옷으로 쓰이던 ‘저지’라는 소재를 여성의 겉옷 원단으로 사용해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도, 습기에 강하지만 뻣뻣해서 옷에 사용하기 힘들었던 트위드 소재를 가지고 신체에 알맞은 패턴을 구상해 더 입체적인 옷을 만들어 탄탄하면서도 편안한 실용성 있는 정장을 만들어 낸 이도 모두 샤넬이다.

또한 과부들이나 입고 다닐 법한 옷의 색상으로 분류되던 ‘블랙’이라는 컬러를 ‘세련됨’ 혹은 ‘우아함’이라는 다른 장르로 바꾼 것도 샤넬의 업적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나치 전범, 혹은 남성을 경제적 스폰서로 이용한 악녀, 여성을 해방시킨 혁명가 등이 모두 샤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러나 그녀가 어떤 정치적인, 사적인 행적을 가지고 있든 샤넬이 디자인한 의상 덕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더 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블랙이라는 색상은 때가 묻어도 티가 나지 않았고, 저지 소재 덕분에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여성들은 옷 안에 갇히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샤넬’이라 하면 사람들은 명품을 떠올린다. 그러나 샤넬이 최초에 의도한 것은 여성의 자유와 옷의 실용성이었다. 분명한 것은 샤넬이라는 여자가 여성들에게 바란 것은 비 오는 날 샤넬백을 든 당신이 빗물로부터 백을 지키기 위해 백은 품에 안고 자신은 빗속에 세워두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박시영 2025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브리지트 바르도 별세
    브리지트 바르도 별세
  2. 2한학자 통일교 조사
    한학자 통일교 조사
  3. 3박근형 이순재 별세
    박근형 이순재 별세
  4. 4김종국 위장 결혼 의혹
    김종국 위장 결혼 의혹
  5. 5손흥민 리더십
    손흥민 리더십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