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 의원들의 항의에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25.02.13.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주제인 '경제'와 동떨어진 질의가 주를 이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질의를 명분으로 윤석열 대통령 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깎아내리거나 최 권한대행에 헌법재판관 임명을 촉구하는 등 정쟁용 질문이 반복됐다. 여유와 고성 속에 제22대 국회 최고령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을 향해선 '치매'라는 막말까지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여야 합의가 안 됐단 이유로 미루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되면 그것이 바로 여야 합의"라며 "(최 권한대행)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아 생긴 혼란으로 민생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최 권한대행의 (좋은 머리)를 국민을 위해 쓴다면 (좋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윤석열을 위해 사용하느냐"며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3명의 후보 중) 마은혁 후보만 임명하지 않으니까 여러 혼란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이 아닌 '거부권(재의요구권) 권한대행'이라며 "윤석열의 못된 것만 배워서 그대로 계승한다"고 질타했다.
최 권한대행의 질타가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이 제22대 국회 최고령인 박 의원을 향해 "치매냐"고 비난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서 장내를 정리했다. 우 의장은 "지금 발언이 너무 과하다. 저도 국회의원 오래 해왔는데 지금처럼 (발언이) 과한 적이 없었다"며 "최소한 상대방에 존중을 가지고 얘기해야 하는데 대선배한테 치매 소리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어진 질의를 마친 뒤 단상에서 "앞으로의 100일이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한다. 그 100일을 최상목 권한대행이 법대로 국민 뜻대로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며 "(국회에 있는) 우리도 모두 힘을 합쳐 분열하지 말고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제가 기분 나쁘게 했다면 죄송하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에 사과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
우원식 개입 후에도...與 김은혜 "이재명이 성장시킨 건 본인의 재산" 野 박홍근 "文과 비교하면 尹 좀스러워"
━
우원식 의장의 개입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곧바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요즘 들어 (실용주의 정책을 내놓고) 성장, 성장하는데 성장한 건 (본인의) 개인 재산"이라며 "재건축 로또를 맞았다. (이 대표가 과거) 3억여원에 매입한 (주택의) 현재 시세가 3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이 대표는 1998년 경기 성남시 양지마을 1단지 아파트 한 채를 매입한 뒤 2022년까지 거주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김은혜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시) 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 전액 환수·국토보유세 등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주택보유자를 불로소득자로 매도하던 정치인이 정작 자신은 시세차익 그리고 재건축 기회를 잡아서 수익을 올리면 염치없는 짓"이라고 했다. 또한 "국민 앞에선 불로소득을 비판하면서 국민 뒤에선 재건축 기회를 챙기고 그래서야 되겠나"라며 "저는 정치인이 정책을 만들 땐 자신도 지킬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행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2.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이후 단상에 오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했을 때 보인 태도를 비교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이 박수 한 번 안쳐줬다고 투덜댔다. 당시는 '바이든 날리면'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민주당을 향해 '이 XX'라고 표현한 것이 (부각됐을 때)"라며 "민주당은 예우 차원에서 점잖게 침묵시위와 보이콧을 택했다"고 운을 뗐다.
박 의원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왔을 때 여당 의원들은 어땠나. 본청(본관) 입구에서 피켓 시위하고 검은 리복에 상복을 입은 채 대형 현수막 3개를 펼쳐 들고 고성으로 비아냥거렸다"며 "그때 문 대통령은 당시 야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을 먼저 찾아가 일일이 악수했다. (이와 비교할 때 투덜댄 윤 대통령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좀스러운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
최상목 "추경은 필요,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은 고민 중"...인덕근 "대왕고래 시추, 포기하지 않을 것"
━
최상목 권한대행은 "여야 대표들이 국회에서 연설한 걸 들어보니까 추경 논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거 같다"며 "국정협의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추경의 기본원칙 같은 부분들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생경제회복단은 이날 민생회복 24조원, 경제성장 11조원 등 총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시했다.
최 권한대행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 직접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현재 여러 가지 일정과 참석자들을 보면서 (참석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주요국 경제금융 수장들이 모이는 첫 다자회의다. G20 회원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 대표들이 집결한다. 최 권한대행이 불참할 경우 한미 재무장관 회담 등 각국 재무장관과 양자 회담도 무산된다.
최 권한대행은 트럼프 신정부 출범 관련 정부 실무단 파견 계획과 관련해선 "대행체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장관급과 고위 실무급에서 협의는 계속하고 있고 다음 주 월요일은 통상 차관보가 미국에 가고 미국 상무부 장관 인준 후에 우리 산업부 장관과 만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시추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1차 시추 과정에서 대단한 로또 맞은 것 같은 히트를 못 쳤지만 유망성 구조를 파악했을 때 갖고 있었던 석유 시스템은 양호하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1700개가 넘는 시료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를 분석해서 2차 보정하고 향후 예정된 탐사 시추 작업을 지속해서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는 1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을 실시한다.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질의자로는 국민의힘 임이자·김종양·최수진·안상훈 의원과 민주당 신정훈·민형배·백승아·양부남·이용우·최민희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고(故) 오요안나씨 사망을 계기로 점화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대전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교사가 여학생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한 대책 마련 등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유재희 기자 ryuj@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