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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北,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에게 2억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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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불법행위 책임 인정 판결
공시송달 가능 여부 두고 소송 늘어져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피해자 고(故) 이대준씨 유족에게 북한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유족 측이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조선일보

서울중앙지법 전경./조선DB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0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유족 이모씨 등 2명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 승소로 판결하며 “피고는 유족에게 각 1억원씩 2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법정에서 선고 이유를 따로 밝히지는 않았다.

북한 측에게 소장을 송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다. 원고가 법원에 낸 소장이 피고에게도 송달돼야 재판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족은 지난 2022년 4월 손배소를 제기하면서 소장에 피고인 북한의 주소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로 적고 공시송달을 신청했다. 공시송달은 법원이 관보 등에 소송 서류를 올리면 상대방에게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절차다. ‘주소 등 근무 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와 ‘외국에서 해야 하는 송달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이는 2016년 10월 국군포로 노사홍‧한재복씨가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소를 ‘평양시 중구역 창광동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로 하고, 공시송달로 소송을 진행한 전례를 따른 것이다. 이 사건은 2020년 7월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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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피해자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 이래진씨가 지난 2022년 1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스1


하지만 박 부장판사는 소장이 접수된 지 1년 10개월 만인 작년 2월 유족 측의 공시송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장 각하 명령을 내렸다. 유족이 조선노동당 중앙위 청사의 주소를 알 수 있는데도 구체적으로 적어내지 않았고,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인 만큼 북한을 외국으로 볼 수 없어 공시송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유족 측은 이에 항고했고, 항고심 재판부는 작년 6월 “북한의 주소나 근무 장소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시송달 요건을 갖췄다”며 공시송달을 통해 소송을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족 측은 그해 7월 공시송달 신청을 다시 냈고, 박 부장판사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렸다. 이후 법원은 유족 측이 낸 소장과 준비서면 등을 계속 공시송달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박 부장판사는 소송이 제기된 지 2년 10개월 만에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에서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다만 승소 결과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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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 이래진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2022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감사원법 제50조, 제51조 위반으로 형사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족 이래진씨는 본지에 “비록 1심의 결과가 뒤늦은 감은 있지만 실체적 사실을 밝히는데 중요한 판결이라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데 좀 더 빠른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이 사건은 실종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됐다”며 “살인의 주체는 북한이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들이 동조한 살인사건을 지금 재판과 검찰 조사를 통해 규명되어야 한다”고 했다.

소송을 대리한 김기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북한의 소행에 의해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사망한 사실을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서훈(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전 국방장관), 김홍희(전 해양경찰청장)의 재판부에 판결 결과를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에 의해 이대준씨가 죽을 때까지 방치한 이들을 엄벌에 처해 달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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