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8세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 사건 이후 여야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입법 작업에 착수했다. 2025.2.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대전=뉴스1) 이시우 허진실 최형욱 기자 = 구름 걷힌 맑은 월요일 아침, 집을 나선 김하늘 양이 귀가하지 못한 지 사흘이 지났다.
하늘 양은 전날 부검을 통해 수차례 흉기에 찔린 상처를 보이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를 온몸으로 알렸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작은 손에도 범행을 막기 위해 저항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하늘 양을 쓰러뜨린 가해 교사는 나흘째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가해 교사 회복 더뎌…"자는 듯 눈 감고 누워 있어"
김하늘 양 살해 사건 발생 4일째인 13일 오전 10시,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가해 교사 A 씨가 치료 중인 건양대병원 중환자실의 문이 열렸다. A 씨가 입원한 뒤 첫 면회 일이었다.
중환자실 입구에 비치된 환자 명단에는 어제까지 적혀 있던 A 씨 이름이 사라져 있었다. 면회를 위해 방문한 환자 가족들은 오전 10시가 되자 병원 관계자의 호명을 받고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병상에는 누워있지만, 명단에서 지워진 A 씨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A 씨가 누워있는 침상 인근에서 가족을 면회했다는 한 보호자는 "경황이 없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한 여자가 자는 듯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조직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A 씨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마지막 단추를 끼우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현재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피의자의 상태 호전 정도를 수시로 확인하며 조사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초등생 피습사건의 가해자 교사가 입원 중인 대전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환자목록표에 빈 종이가 끼워져 있는 모습. 2024.2.13 /뉴스1 ⓒ News1 허진실 기자 |
복직 심사 철저히 했다면…범행 예방 기회 놓쳐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사전에 범행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2월 초, 우울증 등을 이유로 휴직에 들어갔다가 20여일 만에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진단서를 받고 복직했다. 휴·복직에 첨부한 진단서는 같은 병원에서 발급한 것이지만 휴직 시에는 최소 6개월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복직 시에는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져 있었다.
또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해당 학교에 A 씨의 출근 제한을 촉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전 A 씨가 동료 교사 등을 상대로 공격적 행위를 보인 데 대해 면담을 진행하고 내린 조치다.
학교 측은 A 교사와 연가 및 병가 시행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짓지 못했고, 퇴근하겠다던 A 씨는 교내에 머물다 돌봄 교실에서 나오는 하늘 양을 유인해 살해했다.
복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안타까운 희생은 막을 수 있었다는 후회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은 이런 이유를 근거로 질병으로 인한 휴·복직 시 교사의 건강 상태 점검을 강화하는 일명 '하늘이법' 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원 임용 전후 정신질환 검사를 의무화하고 질환심의위원회 심사와 정신질환 휴직 후 복직 시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하늘이 생각하며" 택배로 마음 전하기도…14일 발인
하늘 양의 빈소에는 헤아릴 수 없는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려는 학부모와 점심시간 짬을 낸 직장인 등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직접 빈소를 찾지 못하는 시민들은 택배를 통해 하늘 양을 위한 인형과 꽃 등을 선물했다.
영정 앞에 핫팩을 올려놓고 온 이 봄 씨(29)는 "추운 날씨에 하늘이에게 어떤 걸 주는 게 좋을까 싶어 따뜻한 핫팩을 준비했다"며 "남은 가족에 버틸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께는 하늘 양의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관식이 엄수됐다.
발인은 14일 오전 9시 30분에 진행된다. 대전 정수원에서 화장한 뒤 대전추모공원에 봉안될 예정이다.
12일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교사에게 피살된 김하늘양 빈소에 걸그룹 아이브 사진과 과자, 인형, 대전시티즌 머플러 등이 놓여 있다. 2025.2.1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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