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딥시크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모습과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AP연합뉴스·위챗 |
중국 테크 기업들이 딥시크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생태계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뿐만 아니라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까지 엔비디아가 설계한 ‘쿠다 플랫폼’에 의존해 왔다.
13일 홍콩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딥시크의 V3와 R1 모델 출시 이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생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딥시크 AI 모델의 추론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 자사 반도체를 공급한 화웨이부터 비렌 테크놀로지, 하이곤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등 7개 반도체 기업이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딥시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비교할 때 저렴한 비용으로 이들과 견줄만한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당초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용 저사양 칩이 대거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화웨이의 차세대 AI 가속기 ‘어센드 910C’가 딥시크 AI 모델의 추론 성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된 것으로 확인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입증됐다. 해당 AI 칩은 엔비디아가 최근 출시한 블랙웰 플랫폼의 직전 모델인 호퍼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H100 성능의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아직까지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쓰이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관련해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딥시크도 AI 모델 발표 직후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생태계가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의 대중 산업 규제가 중국 AI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중국에서 약 150만명의 개발자가 쿠다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000여개의 중국 스타트업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딥시크의 AI 모델이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대거 쓰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개발하는 데 쿠다 플랫폼이 활용됐다”며 “젠슨 황 CEO가 중국 시장에 공들이는 이유도 중국 개발자들과 AI 기업들의 수요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심화되면 중국의 ‘AI 굴기’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독립 생태계를 꾸리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기업들은 딥시크의 AI 모델을 지원하기 위한 솔루션 공급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CCTV 등은 최소 15개의 중국 반도체 기업이 딥시크를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 더 적합하도록 제품을 개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도 베이징에 본사를 둔 AI 인프라 스타트업 실리콘플로우와 협력해 딥시크의 기존 V3 대규모언어모델과 R1 추론 모델을 자사의 어센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기업인 룽손 테크놀로지는 자사 CPU가 탑재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딥시크의 AI 모델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SCMP는 “딥시크의 출현은 독립된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의지에 불을 붙였다”며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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