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 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헌법재판소를 향한 극우 세력의 음해와 비방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헌재 흔들기’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부추겨 폭력성·과격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불법 성착취물 게시에 방관·동조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확산했다. 문 대행이 과거 가입한 고교 동창 카페에서 불법 성착취물이 수천건 유통됐고 문 대행이 이러한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 대행의 댓글은 불법 성착취물과 무관한 게시글에 달린 것이었다. 불법 성착취물 게시글과 문 대행의 댓글을 합성해 조작한 사진이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확산했고, 동시에 극우 유튜버 등이 이를 퍼 나르며 논란이 커졌다. 온라인상에서는 문 대행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헌재 온라인 게시판에도 ‘문형배를 수사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엑스(X·구 트위터)의 한 누리꾼이 문 대행의 전화번호를 공유하고 있다. X 갈무리 |
문 대행을 향한 음해성 공격은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는 이날 “(문 대행이) 아동 성 착취물을 시청했다”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이 모친상 부고 알림글에 적힌 문 대행의 전화번호를 퍼 나르면서 “문자 폭탄을 보내 사퇴하게 하자”는 글도 무더기로 올라왔다. 해당 번호로 ‘신변에 위협을 가하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인증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창 카페·문자 협박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 단계”라며 “문 대행 전화번호로 욕설·협박을 한 경우 경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서울 관악경찰서에는 극우 커뮤니티의 비방글이 문 대행을 명예훼손·모욕한 것이라는 취지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런 음해와 공격은 여당이 지속해온 ‘헌재 흔들기’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헌법재판관이 무려 2000여건의 불법 음란물을 게시 및 유통되는 현장을 방관했다는 이른바 ‘행번방’ 논란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적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헌법재판관이 임의로 법을 해석하고 인권을 유린하면 이는 법치가 아니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인치”라며 문 대행을 공격했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문 대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친상에 조문했다’는 허위의 주장을 폈다가 실언임을 인정했다.
방승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윤 대통령 측은 그간 여론을 선동해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흔드는 데 집중해 왔다”며 “헌재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니 허위사실을 동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 대행은 이날 헌재 공보실을 통해 “해당 카페는 동창 카페로서 경찰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 주기 바라며, 아울러 카페 해킹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바란다”고 밝혔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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