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통화 후 종전 협상 즉시 논의 합의…
"우크라·유럽 빠진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될 수도",
"유럽 안보보다 공약 이행·미 이익에 더 집중할 듯"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BBNews=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불안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종전 계획이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그와 미국 행정부 인사들이 러시아가 환영할 만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
블룸버그·CNN·폴리티코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종전 협상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진행돼 침략자인 러시아가 보상받는 결과로 마무리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협상의 목적을 우크라이나, 유럽의 평화보다는 종전으로 얻는 미국의 이익과 6개월 내 종전하겠다는 자신의 공약 이행에 더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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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의 나토 가입·영토 복구 비현실적"…트럼프, 푸틴 손 들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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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빠르게 이행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협상이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동등한 당사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답해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역할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 /로이터=뉴스1 |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관리들은 러시아에 유리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문제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참석해 나토 데뷔무대를 치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같은 발언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주둔 평화유지군에 미군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으로 자국 안전을 보장받고,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모두 돌려받기를 원하지만 어느 쪽도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우크라이나 내 미군 주둔은 반대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한 지원은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희토류, 석유, 가스 등 우크라이나의 핵심 광물 자원을 노린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된 계획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금을 돌려받길 원한다며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1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미국이 작성한 양국 광물 협정 초안을 제시했고, 이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호막'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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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트럼프, 협상 시작 전부터 푸틴에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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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협상이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조짐에 유럽은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이후 트럼프에 비판적인 존 볼턴은 CNN에 "푸틴은 젤렌스키가 아닌 트럼프와 협상하고 싶어 한다. 그(트럼프)에게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는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푸틴에게 사실상 항복했고, 푸틴은 승리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의 미 공군 준장 출신인 돈 베이컨 하원의원(네브래스카주)은 SNS에 "침략자를 보상하는 것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협상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유럽의 한 관계자는 "유럽 관리들은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일부 관리는 두 사람의 통화를 '배신'이라고 부르며 미국이 푸틴의 요구를 거의 아무 대가 없이 들어주려 한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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