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위)와 수니 윌리엄스가 환하게 웃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
고도 약 400㎞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발이 묶였던 비행사 2명이 지구를 떠난 지 9개월 만에 가까스로 구조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들의 임무 기간은 단 8일이었다.
12일(현지시간) 스페이스닷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다음달 12일 오후 7시48분(한국시간 13일 오전 9시48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ISS를 향해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드래건’을 발사하기로 했다. 드래건은 하루 뒤 ISS에 도킹한다. ISS는 길이 108m의 대형 구조물로, 각종 과학 실험실이 갖춰져 있다.
드래건의 임무는 지난 6월6일 ISS에 도착해 현재까지 체류 중인 우주비행사 수니 윌리엄스와 부치 윌모어를 지구로 데려오는 것이다. 이들은 당초 8일간만 ISS에 머물 예정이었는데 무려 9개월 만에 지구로 돌아오게 됐다.
2명의 우주비행사가 ISS에서 이렇게 오래 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이 지구를 떠날 때 탔던 유인 우주선인 보잉의 ‘스타라이너’가 ISS에 도착한 뒤 헬륨 가스 누출 등 결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타라이너는 사람을 태우고 처음 임무에 나섰는데, 중요한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안전 문제를 걱정한 NASA는 스타라이너를 지난해 9월 홀로 귀환시켰다. 윌리엄스와 윌모어의 귀환은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드래건을 대신 투입해 실행하기로 했다. 다양한 검토가 필요했던 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스타라이너 대신 드래건을 대체 투입하기로 한 뒤에도 상황은 순탄치 않았다. 스페이스X가 기존에 쓰던 드래건 기체가 아니라 새 기체를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비행 준비 시간이 더 걸렸다. 이러다가 결국 다음달로 구조 시점이 늦춰진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9개월이나 우주에 고립됐지만, 그동안 윌리엄스와 윌모어는 비교적 잘 지내는 자신들의 근황을 지구로 전해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무중력이 나타나는 ISS 내부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활짝 웃는 모습을 공개했고,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때에는 전자투표로 한 표를 행사했다. 과학 실험과 ISS 기능 관리 등 우주비행사 본연의 임무도 충실히 수행했다.
NASA는 “인간의 우주비행은 예상치 못한 도전으로 가득 차 있다”며 “NASA와 스페이스X의 협력 관계 덕분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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