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마지막 정부 시설인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를 시작했다고 통일부가 13일 밝혔다. 사진은 이산가족면회소 외부전경. 통일부 |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이산가족 상시 상봉의 염원을 담고 있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남북이 합의해 설치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러한 철거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는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인 행위이며 우리 국유 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며 "북한의 일방적 철거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정부는 이와 관련된 법적 조치,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북한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 관련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
정부 소유인 이산가족면회소는 2003년 11월 제5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2005년 8월31일 착공됐다. 모두 512억원을 투입해 지하1층, 지상12층으로 2008년 7월 완공했지만, 고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정식 개소식은 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2009년 9월, 2010년 10~11월, 2014년 2월, 2015년 10월, 2018년 8월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이산가족상봉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등 인도주의 교류 장소 역할을 해왔다.
일각에선 이산가족면회소 철거가 정해진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같은 해 10월 금강산을 시찰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2022년부터 남측 기업 소유인 해금강호텔, 금강산 골프장 숙소, 온정각, 구룡빌리지, 금강펜션타운, 고성항 횟집, 온천시설 등이 해체됐다. 또 지난해 4월과 12월에는 정부 자산인 소방서, 아난티 골프장 클럽하우스 건물이 각각 철거됐다.
이는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물리적 단절 조치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도를 폭파하면서 비무장지대(DMZ) 방벽 설치 등 요새화 작업도 실시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분명한 지시가 있었던 게 철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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