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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미안하다는 말밖에 [기자24시]

매일경제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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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피해자 김하늘(8)양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피해자 김하늘(8)양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늘이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가 나타난다. 미국 한 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7만5000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하다가 1:29:300의 법칙을 발견했다. 1건의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건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건 있었을 것이라는 법칙이다.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초등학교 1학년생 하늘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여러 번의 이상 징후가 있었다. 해당 교사는 우울증으로 6개월의 질병휴가를 신청해 놓고 20여 일 만에 복직을 했다. 사고 5일 전에는 업무 포털 접속이 느리다며 컴퓨터를 파손했다. 사고 나흘 전에는 동료 교사를 폭행했다. 사고 당일 오전에는 교육청에서 장학사 두 명이 학교를 방문해 분리 조치를 권고했지만 즉각 이행되지 않았다.

우울증으로 6개월이나 쉬어야 했던 교사가 20일 만에 완치된 것을 누구 한 명이라도 의심했더라면, 학교에서 컴퓨터를 부순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더라면, 동료 교사를 폭행했을 때 경찰에 신고했더라면, 장학사가 강제로 분리 조치를 했다면, 돌봄교사가 마지막 남은 학생인 하늘이와 학원 차량이 있는 곳까지 동행했다면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에 앞서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교원의 복직 절차가 조금만 더 엄격했더라면, 정신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 직권 휴직 등 필요한 조치가 내려졌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숱한 사전 이상 신호에 귀 기울이지 못한 대가가 너무 크다.

우리 아이들의 일상과 미래를 맡고 있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학생들이 이같은 참사 가능성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 교사를 신규 채용할 때 정신건강 검사를 의무화하고, 정신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 직권 휴직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법을 손봐야 한다. 교원이 폭력성 등 특이 증상을 보였을 때 경찰 신고를 의무화하고, 교육 당국이 긴급하게 개입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정신질환자 병력조회 관련 논의도 필요하다.


사회부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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