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왼쪽)와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1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전 국경을 되찾겠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인 환상”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12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고자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를 되찾으려 하면 전쟁이 장기화되고 고통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 발언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시간 통화를 했으며, 즉각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안보는 유럽이 책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유럽은 우크라이나 방위를 위해 더 많은 군사적,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국은 자체 안보와 중국 문제에 집중해야 하므로 유럽 국가들은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지 않을 것이며, 향후 군사 및 비군사 지원의 압도적 비중을 유럽이 부담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적인 평화 계획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했던 “우크라이나가 영토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도 영토 회복보다 안보 보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러시아군에 최대한 많은 피해를 줘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전 나토 사무차장을 지낸 카미유 그랑은 뉴욕타임즈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공개했다”며 “이제 유럽이 대응할 차례”라고 평가했다. 헤그세스 장관 발언대로라면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 평화 유지군, 지휘 체계, 공중 지원, 러시아의 도발에 대비한 계획 등을 논의해야 한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