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은 한국축구의 한 시대를 대표했던 풀백이다. 성남일화천마(현 성남FC) 유스에서 성장한 그는 2010년 성남에서 프로 데뷔 후 수원삼성, 울산현대(현 울산HD), 대구FC를 거쳐 올해 강원으로 이적했다.
어느덧 프로 생활만 16년 차. 그동안 홍철은 날카로운 왼발과 공격력을 앞세워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적인 풀백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김영훈 기자 |
대표팀에서도 오랜 기간 활약했다. 지난 2011년 첫 A대표팀에 발탁된 후 2022년까지 12년 동안 붙박이 멤버였다. 2번의 월드컵과 1번의 아시안컵을 경험했다.
이제는 강원에서 새 도전에 나선다.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강원이 보여주는 공격적인 축구에 잘 녹아들어 베테랑들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 다음은 강원FC 수비수 홍철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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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 시즌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즐겁게 잘 준비하고 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하는 팀에 와서 또 무언가 배우려고 하고 있다. 이전까지 대구에서 잘 맞지 않았던 축구를 해오다가 강원에 와서 감독님이 축구하는 축구가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서 더욱더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
Q. 올해 이적했다. 강원을 선택한 배경이 있는가
FA로 거의 15년 만에 나와본 것 같은데 상당히 추운 이적시장이었다. 대체로 팀들이 이제는 젊은 선수들 영입에 더 관심이 커 보인다. 과거 감독님이 코치 시절 상무에서 연을 쌓았다. 강원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크게 두려움은 없었다. 저를 제일 잘 알고, 저의 플레이를 좋아해 주셨기 때문에 이적에 어려움은 없었다.
지난 시즌 강원과 경기를 했을 때 유명한 선수들이 많이 없는 팀에도 어떻게 저렇게 좋은 축구를 할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저 역시 기회가 된다면 강원과 같은 축구를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과거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파울로 벤투 감독님 계셨을 때 비슷한 축구를 해봤기 더 마음이 컸었다. 이제 강원에 온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훈련을 하면 할수록 기대가 된다. 선수들이 감독님께 이런 축구를 배우니까 모두가 즐겁게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이제는 팀원이 됐다. 내부에서 바라본 강원의 큰 장점은 어떤 것인가
선수들 모두가 정말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선수들이 대체로 어리다 보니 에너지 레벨이 정말 높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이제는 동생들이 저를 오히려 끌고 가주고 있다. 동생들이 ‘형은 축구 더 오래 해야 한다. 더 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잘 이끌어주고 있기에 저도 동생들에게 배우고 있고, 동생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흐뭇하다. 즐겁게 잘 이끌려가고 있다.
Q. 가장 친근하게 대하는 동생은 누구인가
(이)기혁이와는 대표팀에서 만난 적이 있다. 저한테 가장 많이 까분다. 기혁이가 에너지 레벨이 워낙 높아서 가장 많이 이끌어주고 있는 동생이다. 기혁이가 40살까지 축구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이적 후 가장 많이 다가와 주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있어서 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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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대 차이도 느껴질 것 같은데
계속해서 나이를 먹고 있지만 실감이 크게 안 났는데 룸메이트인 (진)준서와 15살 차이가 나더라. 저도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제대로 실감했다. 오히려 감독님, 코치님들과 차이가 더 안 나니까 오래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Q. 한참 후배인 송준석과 선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소통을 많이 하고 있는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 준석이가 같은 왼발 잡이인데 크로스가 최악이더라(웃음). 준석이가 먼저 다가와서 크로스를 알려달라고 했다. 경쟁자지만, 같은 팀이다. 크게 개의치 않다. 저도 고참이기에 후배들과 경쟁을 해야하면서도 경기장 밖에서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많이 해주고 좋은 소리도 해주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다. 준석이에게 많은 부분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Q. 강원은 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적생으로서 기대치가 높은 만큼 부담감이 클 것 같은데
강원 이적 후 1차 전지훈련을 가서 연습 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감독님께 ‘대구에서는 경기력도 안 나오고, 자신이 없었는데 강원에서 며칠 운동을 하고 연습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운동장에서 느껴본다. 감사하다’라고 카톡을 보냈다. 강원에 있던 동료들은 계속해서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모든 선수들이 배우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저도 거기에 어른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제 나이가 36살이지만 더 발전하고 싶고, 운동장에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동생들이 운동장에서 하고자 하는 의욕들이 크고 엄청 재밌어 하고 서로 격려하며 에너지를 높이니 저도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더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작년 강원의 준우승이 어쩌다 한 번 하는 것이 아닌 더 좋은 성적,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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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 시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강원에 와서 지난 부진들을 우선 만회하고 싶다. 홍철이라는 선수가 아직 경쟁력이 있고 나이가 있어도 36살에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게 올해 목표다. 그리고 5경기만 더 뛰면 K리그 400경기 출전이다. 운이 좋게도 모두 K리그1에서만 뛰었다. 1부에서만 400경기를 채우는 것이 목표다. 우선 강원의 축구에 잘 녹아들어 좋은 모습을 오래 보여주고 싶다.
Q. 지난 시즌 부상 여파도 있었고, 부진도 있었다.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감독님께서도 많이 존중해주신다. 아픈 곳이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해주신다. 다행히 지금 아픈 곳은 없다. 현재까지 70% 정도 몸상태가 올라온 것 같다. 튀르키예 날씨가 너무 좋아서 정말 문제 하나 없이 돌아왔다. 다만, 한국에 돌아오니 너무 추워서 걱정이 됐다.
Q. 대표팀 복귀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
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이제는 팀에서 잘하고,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아직 대표팀 은퇴를 한 것은 아니다. 강원에서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강원에서 잘하는 것이 우선이다. 강원에서의 모습에 집중할 계획이다.
Q. 어린 재능이 많은 강원이다. 다들 대표팀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조언해 줄 것이 많을 것 같은데
강원에 있는 선수들이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선수들이 있다. 그런데 강원에서 좋은 축구를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어났고 그래서 작년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잘 성장하고 있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선수들이 더 욕심을 같고 보여준다면 충분히 발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원이 더 좋은 축구를 보여줘야 홍명보 감독님과 대표팀 코치님들이 강원 경기를 더 자주 오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기회도 더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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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치 정경호와 감독 정경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함께했던 시기가 8년 전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극대노를 많이 하셨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감독님께서 많은 부분을 참고 있구나 라느 생각이다. 감독님께서 항상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말을 많이 하신다.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에게 간절함, 절실함, 절박함을 갖고 뛰어야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런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해주신다. 감독님께서도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많은 부분을 노력하고 계신 것 같다. 선수들도 그래서 더 많이 힘을 내고 하나로 뭉치려고 하는 것 같다. 강원의 또 하나의 문화가 확실하게 잡혀가는 모습이다.
Q.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연말 열리는 시상식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
안 가본 지 너무 오래돼서 올해는 꼭 가고 싶다. 제가 마지막으로 수상했을 때가 코로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래도 리그 베스트11 부문에 4번이나 선정됐다. 현역 생활을 이어가면서 5번까지는 채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선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작년에 경기장 안에 있어도 즐거움이 없었다. 뭔가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선수인가라는 물음표를 많이 던졌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적시장에 나왔을 때도 더 춥다고 느꼈던 것 같다. 강원 이적 후에는 그 물음표를 점점 느낌표로 바꿔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욕심 부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들이 채워지고 있다. 강원에서 좋은 선수들, 감독님과 함께하다 보니까 내적으로 많은 부분을 회복했다. 많은 나이에도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운동장에서는 솔선수범하는 선배가 되고,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는 뒤에서 후배들을 챙기려고 한다. 그런 것들이 이제 내 역할인 것 같다. 후배들에게 더 오래 축구할 수 있는 문화를 남겨주고 싶다.
[남해=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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