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국회 국방위원회회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4.12.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문민 통제', '군 민주화' 등 1980년대 군부 독재 종식 이후 잠잠했던 군사 개혁 논의가 다시 주목을 받는다. 폐쇄적 군 인사, 국회의 견제 장치 부재 등 구조적 결핍이 이번 계엄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주요 군 관계자들의 증언 등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부당한 명령 거부권'을 법제화하고 군 지휘체계를 법적 통제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섣불리 법을 개정할 경우 일선 군인에게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며 신중히 접근법도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정치권·시민사회 한목소리로 '문민 통제' 강화 목소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군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과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라며 "불법 계엄 명령 거부권을 명시하고 불법 계엄 거부자와 저지 공로자에 대한 포상 등 시스템 마련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지난 1월 시민사회 전문가 27명이 필진으로 참여한 '2024 시민국방백서'를 펴내고 국방 정책을 시민이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군부 독재 이후 군에 대한 '문민 통제' 방안이 대통령과 장관 등 관료 조직 내에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논의됐다면, 이번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통제 주체가 시민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계엄 이후, 외교·국방·정보 기관 개혁과제 연속토론회'에서 위성락, 부승찬, 정성호 의원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국민의 군대·부당 명령 거부권 법제화 주장도 제기
문민 통제는 군사 및 국방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군이 아닌 정치 권력에 부여하는 통치 방식을 가리킨다. 한국에선 1980년대 후반 군부 독재 이후 군의 정치적 중립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소위 '문민화 정책'이 꾸준히 시행돼 왔다. 국방장관 및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시행, 국방부 직급별 문민화 70% 비율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간의 유착 관계, 정치 권력인 대통령 및 장관과 사령관 등 주요 군 관계자 사이의 수직적 상하관계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다시 시대에 맞는 민군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헌법이나 국군조직법 등 현행법에 국군이 '국민의 군대'라는 점을 명시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독일처럼 정당한 명령의 범위나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권을 일정 수준 보장해 군인들이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미 육군은 군인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 7가지를 명시하고, 이 중 충성의 대상을 미국 헌법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군인법에서 상관은 직무상의 목적을 위해 국제법규, 법률 및 직무 규정 준수하에서만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군인은 상관에 복종해야 하지만, 인간 존엄을 침해하거나 직무상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명령을 받으면 이에 대한 불이행은 불복종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다만 군 민주주의가 대내외적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정치적 양극화와 갈등이 극심한 현 상황에서 '정치권의 논리'에 따른 섣부른 법제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당한 명령에 대한 저항 기준 등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논리에 맞춘 법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일선 군인들에게 혼란 및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광식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불법하고 부당한 명령은 뭔지, 어떤 성격의 명령은 거부할 수 있는지 군사법제에 명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문민 권력이 입법 및 사법 권력에 의해 적절히 견제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명령 거부권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어 조심스럽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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