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시스] 인체자원이 옮겨지고 있는 모습. 2025. 2. 11.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청주=뉴시스]정유선 기자 = "운송 박스가 지금 진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첫 번째 입고입니다!"
지난 11일 오후 1시31분, 충북 청주 오송읍에 위치한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NBK) 앞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짐칸 문이 열리자 견고해 보이는 회색빛 커다란 박스 여러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을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은 신속히 박스를 내린 뒤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물건을 은행 2층으로 올려보냈다. 옮겨지는 박스에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자원 운송(냉동)'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NBK로 들어간 박스의 정체는 GC녹십자의료재단에서 제작돼 옮겨온 '인체자원'와 관련이 있다. 인체자원이란 기증자의 자발적 동의 하에 채취한 혈액과 소변 등의 검체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NBK를 중심으로 2001년부터 인체자원 수집을 시작해 현재 47만명 분(1066만 바이알)을 보관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100만명분의 인체자원을 추가 수집하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질병관리청 등 관계 부처가 함께 시작했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NBK에 인체자원이 들어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를 맞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117명의 1920개 바이알(튜브)이 NBK에 입고되는 과정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인체자원을 기다리고 있던 관리자는 2층에서 접수와 검수 절차를 진행했다. 1차로 박스와 튜브, 라벨을 육안으로 살핀 뒤 2차로 시스템에 미리 등록된 자원 정보와 입고된 자원 정보가 일치하는지 바코드 스캐닝을 통해 확인했다. 스캔 결과 '정상'이라는 의미로 파란 불이 들어왔다.
심성미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사는 "(두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제작기관에 자원을 반송해서 다시 처리를 하고 제공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뉴시스] 인체자원. 2025. 2. 11.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자원 저장에 있어 또 하나의 관건은 자원의 '온도'다. 검수와 이동 과정에서 자원이 상온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자는 드라이아이스와 액체질소 등을 이용해 온도를 관리했다.
검수가 끝난 검체는 냉동카트에 담겨 액체질소냉동고가 있는 저장실로 보내졌다. 액체질소냉동고는 영하 150도에서 196도까지 내려간다. 검체 종류에 따라 영하 75도 정도인 기계식냉동고에 저장될 수도 있다. 모두 낮은 온도 유지를 위한 것이다.
초극저온의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안전에도 유의가 필요하다. 작업자는 저온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방한장갑과 앞치마, 안면보호구 등을 착용해야 한다. 액체질소로 인한 질식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산소농도 측정기 휴대도 필수다.
저장실에서 안전장비로 꽁꽁 무장한 채 기다리고 있던 작업자는 냉동카트에 담긴 인체자원이 도착하자 전용 랙에 담긴 자원을 조심스레 꺼내 액체질소냉동고에 집어 넣었다.
최병구 국립보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체자원을 상온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입고 전과 입고 후 품질을 보는, 분양을 해도 되는지 확인하는 실험실들도 구축돼 있다"며 보관이 미비해 자원을 버리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청주=뉴시스] 액체질소냉동고에 인체자원을 넣는 모습. 2025. 2. 11.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날 117명분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희귀질환자, 중증질환자, 일반참여자 등 총 77만2000명의 참여자를 모집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2단계 사업으로 2029년부터 2032년까지 100만명의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기준 700명 정도가 인체자원 기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자원 수집에 따라 제2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증축도 추진되고 있다. 자원들은 최종적으로는 증축된 건물에 저장될 예정이다.
수집된 자원은 연구자들에게 무료로 분양된다. 정밀의료와 바이오헬스산업 등 기술 개발과 연구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정영기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조정부장은 "전쟁에서 싸우는 군인들한테 다양한 무기를 만들어서 제공해주는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며 "희귀질환 치료법, 만성질환 진단법 등 각종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수집해 잘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원을 잘 공급하면 시장에 있는 연구자들이 연구를 열심히 해서 치료법과 신약이 개발되고 그렇게 되면 환자들에게 혜택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엔 38개 모집기관(병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사업 초반엔 참여가 저조해 모집기관 선정을 위한 공고가 3차까지 이뤄졌다.
이에 대해 국립보건연구원에선 예산 감소로 인해 모집기관의 참여 부담이 늘어났던 것으로 해석하는데, 한편으론 의료계가 의정갈등 상황에서 인력 부족으로 사업 참여에 부담을 느낀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인체자원 수집 차질 우려에 대해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주요 병원을 통해 검체를 수집하고 있는데 환자 수는 그대로 유지될 걸로 생각된다며 "과거와 다른 형태로 정상화되더라도 5년 간 수집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