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7.0 °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자국 영화 해외 개봉 지원하는 프랑스 참고해야”…佛영진위 배급상 수상한 유현택 대표

중앙일보 나원정
원문보기
佛영진위 배급상 세계 최초 수상
외화 수입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
챌린지·몰입…한국형 마케팅 신선
佛 자국영화 해외 창구 중장기 지원
“K컬처 강국 한국도 배워야”
프랑스의 영화, TV 진흥기구 유니프랑스의 '유니프랑스 배급상'을 지난달 세계 최초로 받은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상패를 들고 활짝 웃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프랑스의 영화, TV 진흥기구 유니프랑스의 '유니프랑스 배급상'을 지난달 세계 최초로 받은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상패를 들고 활짝 웃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입맛 까다로운 한국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국내 영화 전략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다. 프랑스의 영화‧TV 진흥 기구 유니프랑스가 올해 신설한 프랑스영화 배급상을 한국 영화사 그린나래미디어(대표 유현택)가 세계 최초로 수상했다. 거장 감독, 한류스타를 넘어 K영화 유통 노하우에도 눈길이 쏠린다.

보릿고개를 맞은 한국 극장가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관객을 영화의 세계관에 더 몰입시킬까, 하는 것. 대형 외화가 부진하고, 애니메이션‧재개봉작이 장악했던 지난해, ‘서브스턴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 ‘퍼펙트 데이즈’ 등 소규모 수입예술영화가 흥행을 견인한 비결에도 관객이 과몰입할수록 입소문이 커진다는 흥행 전략이 뒷받침됐다.



'프렌치 수프' 공복 챌린지…佛영화계 "독창적"



영화' 프렌치 수프'는 20년간 한 집에 살며 요리를 만들어온 천재 요리사 외제니(줄리엣 비노쉬)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미식 로맨스를 담은 시대극이다. 데뷔작 '그린 파파야 향기'(1993)로 제46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훙이 이번 영화로 칸 감독상을 차지하며 금의환향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프렌치 수프'는 20년간 한 집에 살며 요리를 만들어온 천재 요리사 외제니(줄리엣 비노쉬)와 미식 연구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미식 로맨스를 담은 시대극이다. 데뷔작 '그린 파파야 향기'(1993)로 제46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훙이 이번 영화로 칸 감독상을 차지하며 금의환향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지난달 외화 수입‧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에 ‘유니프랑스 배급상’을 안긴 영화 ‘프렌치 수프’는 19세기 프랑스 요리가 다채롭게 등장하는 로맨스란 점에 착안해 ‘공복주의’ 마케팅을 펼쳤다. ‘프렌치 수프’ 제작사 고몽 측은 “영화 음식 감독이었던 프랑스 미슐랭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의 서울 레스토랑에서 영화에 나온 음식을 선보이는 등의 협업, 위트 있는 ‘공복 관람 주의 극장 안내문’, 관객에 수프 등을 증정하는 ‘공복 챌린지 상영회’ 등이 신선하고 독창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 CNC 위원회가 지난해 배급 지원한 350여건 프랑스 영화 해외 마케팅‧배급 캠페인 중 심사를 거쳐, 그린나래미디어가 올해 유일한 수상자로 선정됐다. 1만 유로(약 1500만원) 상금과 함께다. 지난달 수여식이 열린 ‘유니프랑스 랑데부 인 파리’(14~21일)는 매해 전 유럽 영화 관계자가 가장 먼저 최신작 소식을 주고받는 마켓 성격의 행사. 그런 자리에서 미국‧유럽‧일본 등 예술영화 시장 규모와 역사가 더 오랜 영화사들을 제치고 K배급‧마케팅 노하우를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크다.



프랑스 자국영화 한해 300여건 해외 배급 지원



또 하나, 자국 영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지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프랑스 영화 정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의 회장도 맡고 있는 유현택(49) 대표는 “수상 당시 현지에서 예상 이상의 환대를 받았다”면서, “외화 수입‧배급사는 제한된 예산 속에 아이디어 싸움을 벌이게 되는데, 제가 수입‧배급업에 몸담은 16년간 그 전부터 이어져 온 프랑스의 자국 영화 배급 지원이 상당히 도움 됐다”고 말했다. 이달 초 서울 잠원동 그린나래미디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니프랑스 랑데부 인 파리(Unifrance Rendez-Vous in Paris)’ 행사에서 올해 신설된 ‘유니프랑스 배급상(Unifrance Distribution Award)’을 수한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가운데)가 현지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니프랑스 랑데부 인 파리(Unifrance Rendez-Vous in Paris)’ 행사에서 올해 신설된 ‘유니프랑스 배급상(Unifrance Distribution Award)’을 수한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가운데)가 현지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그린나래미디어는 그간 다국적 외화를 소개해왔고 그 중 프랑스 영화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13개 후보를 휩쓴 ‘에밀리아 페레즈’를 비롯해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2023), 셀린 시아마 감독 신드롬을 일으킨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등이다. 이 중 일부를 프랑스 유니프랑스‧CNC를 통해 지원받았다. 유 대표에 따르면 두 기관은 매해 3~4차례 각국 영화사의 지원, 심사를 거쳐 한 해 300여건의 프랑스 영화의 해외 배급을 지원한다. 각 캠페인당 5000~3만 유로의 배급 비용을 직접 지원한다.



이탈리아·독일·노르웨이 있는데 'K컬처 강국' 한국은 없어



2020년 국내 개봉해 1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아델 하에넬, 왼쪽부터)와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화가(노에미 멜랑)의 이야기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 씨나몬홈초이스

2020년 국내 개봉해 1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아델 하에넬, 왼쪽부터)와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화가(노에미 멜랑)의 이야기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 씨나몬홈초이스


‘마의 1만 고지’란 말이 나올 만큼 1만 관객 도달이 어렵고, 10만 관객 이상이면 흥행 대박으로 통하는 국내 독립‧예술영화 시장에선 이런 배급 지원이 배급‧마케팅 전략의 한 끗을 좌우한다. 유 대표는 “노르웨이, 독일, 이탈리아 등도 자국 영화 해외 배급비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작품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 영화를 구매할 때 고려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문화 강국을 자랑하지만, 이런 제도적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편.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경까지 한국영화의 해외 개봉을 반짝 지원했지만, 현재는 지원책 자체가 사라졌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등 한국 유명 감독‧배우의 상업영화도 해외에선 외국 예술영화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감안하면 아쉬운 현실이다. 스타 없는 한국 독립‧예술영화, 신인감독 작품은 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어도 해외 배급 문턱이 높다.



"K영화 정책 정권마다 바뀌어…중장기 제도 절실"



다음달 2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 영화 최다 13개 후보에 호명된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멕시코 무대 스페인어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내달 한국 개봉 예정이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다음달 2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 영화 최다 13개 후보에 호명된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멕시코 무대 스페인어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내달 한국 개봉 예정이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화 지원 정책이 급변한다는 점도 업계에선 지적 받는다. 최근 독립영화계와 영화제 등이 돌연한 정부 지원금 삭감 및 축소로 몸살을 앓은 게 한 예다. 유 대표는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당장 다음 해부터 영화 예산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이 안 된다. 책정된 예산이 기관 임의대로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면서 “시행착오는 고쳐야겠지만, 프랑스처럼 시스템을 잘 갖춘 중장기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세계적 위상을 높이던 한국영화계가 위축된 국내 시장 상황 탓에 기세가 꺾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규모가 작고 잠재력이 입증 안 됐던 한국 영화 시장이 이제는 이름난 거장 감독, 글로벌 흥행작 덕분에 대외적 영향력이 커졌다”면서 “저희도 해외에서 힘 있는 바이어가 됐다. 한국식 배급 전략, 포스터 디자인 등의 진가를 더 주의 깊게 보고 평가하는 시선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한 해외 영화사는 자기네 영화를 컨설팅 해달라더라고 제안도 하더군요. 독창성 면에선 한국 영화계가 세계적으로 뛰어나다는 자부심을 최근 더욱 느끼고 있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우빈 신민아 결혼
    김우빈 신민아 결혼
  2. 2안세영 야마구치 완파
    안세영 야마구치 완파
  3. 3손흥민 토트넘 이적
    손흥민 토트넘 이적
  4. 4대구FC 한국영 영입
    대구FC 한국영 영입
  5. 5서울광장 스케이트
    서울광장 스케이트

중앙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