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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수출‧재벌 맹신론'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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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미국·중국·일본 경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3개 나라는 지난해 약점을 보완하면서 건재함을 보여줬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수출 하나만 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맹신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수출·재벌 위주 성장을 그대로 둘 수 없는 이유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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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무성은 10일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보다 29.5% 증가한 29조2615억엔(약 277조원)으로 1985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해외 배당금과 이자 등 소득수지가 지난해보다 4조엔 늘어났고,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조6000억여엔 줄었다. 일본은 지난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출이 증가했다. 일본 경상수지는 23개월 연속 흑자다.

일본은 지난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세계에 디플레이션 탈출을 알렸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임금 상승에 초점을 맞춘 소득 주도 성장정책을 펼친 결과다.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도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디플레이션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임금 상승 정책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일본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9일 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5% 상승하며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발생을 우려해 왔지만, 예상과 달리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월 0.6%, 9월 0.4%, 10월 0.3%, 12월 0.1%였다. 다만,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2.3%로 28개월 연속 하락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진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경제는 미국과 유럽의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부동산 등 중국 내부의 경기침체 신호도 강했다. 무엇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당시)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물자의 중국 유입을 막아서면서 반도체나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이 고사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은 첨단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생성형 AI 서비스 '딥시크'를 개발하며 오히려 미국 주도의 첨단 반도체 물량전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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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각국 통계청·중앙은행, 참고 |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사진 | 뉴시스]


이번엔 미국 경제를 보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7일 발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2024년까지 고용과 소득의 격차가 상당히 축소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소득층(백인)과 저소득층(흑인) 고용률 격차가 50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축소됐고, 여성 고용률은 팬데믹 이전 수치를 웃돌았으며, 대도시와 그 외 지역의 고용률 격차도 줄었다.

무엇보다 그간 미국의 불평등 경제를 상징하던 임금 상·하위 격차도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줄었다[※참고: 더스쿠프 1월 27일자 '불평등 악화하는 한국, 이제 미국만도 못해지려나'.] 미국 사회보장국(SSA) 자료를 보면, 2019~2023년 미국 임금근로자 상위 0.1% 실질소득 증감률은 –2.2%였지만, 하위 10% 실질소득 증감률이 5.0%를 기록하면서 격차가 많이 해소됐다.

한국 경제는 무엇을 해결했을까. 수출이 다시 증가했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그 과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수출 제조 대기업들이 오랜 기간 해외로 자본을 유출하면서 이들의 투자와 고용 증가가 한국 경제의 마중물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4%의 두배에 가까이운 27%(2020년)이고, 제조업의 해외 비중(직·간접수출 비중)은 한때(2013년) 49%를 넘겼다.

우리 제조업 해외 비중은 과대 생산과 수출로 비난받는 중국의 19%의 두 배를 넘는다. 세계 주요 제조업체들의 미국 내 공장 이전을 유도하고 있는 트럼프 2기 시대가 끝날 때면 우리 제조업의 해외 비중은 50%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수출 제조업 주도 성장 정책은 국내 근로자들의 저임금을 유발했고, 기업이 성장할수록 현지 진출로 국내에서 투자와 고용의 효과를 보기 힘들어지면서 결국 내수 시장 성장을 방해했다.

소득이 증가하지 않으면, 소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중국·일본의 내수판매 증감률은 각각 2.8%, 3.5%, 2.5%였지만 오직 한국만이 –2.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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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재벌 위주 성장 정책도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는 경쟁력 있는 대표적 산하 기업이 수십수백개의 다른 업종 기업들을 보유하면서 시장에서 일종의 장애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데 있다.

그 결과, 이들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면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 미 연준은 2월 첫째주 발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높은 수준의 창업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신기술 등을 활용해 수익률을 높였고, 이는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켰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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