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STUDIO X+U '선의의 경쟁' |
불법 약물부터 흡연, 클럽, 원조 교제, 동성 키스까지. 학원물인데 자극적인 '19금' 소재가 난무한다. 중심 서사가 되는 주인공 간의 관계성 또한 설득력을 잃은 가운데, '걸스릴러'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STUDIO X+U 새 드라마 '선의의 경쟁'은 살벌한 입시 경쟁이 벌어지는 대한민국 상위 1% 채화여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학교에 전학 온 우슬기(정수빈 분)에게 욕망을 드러내는 유제이(혜리 분)와 수능 출제 위원이었던 아버지의 의문사를 둘러싼 미스터리 걸스릴러 드라마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선의의 경쟁은 총 16부작이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렸던 언론시사회에서는 4화까지 공개됐다.
사진 제공=STUDIO X+U '선의의 경쟁' |
혜리는 극중 모두가 동경하는 상위 0.1% 천재 '유제이' 역을 맡았다. 유제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김태훈 분)의 철저한 계획 아래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긴 적 없는 인물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경쟁으로 얻어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제이는 친언니와도 무자비하게 경쟁할 만큼 독기를 품고 있다.
이처럼 '완벽'으로 설명되는 유제이에게 변화가 시작된다. 유제이는 어느 날 채화여고에 갑자기 나타난 전학생 우슬기에게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첫날부터 초라한 모습으로 유제이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전학생 우슬기. 그는 지방 보육원 출신으로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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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슬기는 아버지를 찾았다는 소식에 상경하지만, 그를 맞이한 건 수능 출제 위원이었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었다. 채화여고 선생님이기도 한 아버지의 의문스러운 죽음에 우슬기는 그의 유품 중 핸드폰을 몰래 빼내 비밀을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우슬기는 유제이의 관심을 받고 그와 지독하게 엮이기 시작한다. 유제이는 주예리(강혜원 분), 최경(오우리 분) 등 주변 친구들의 견제에도 계속해서 우슬기의 곁을 맴돌며 그를 위험에서 구해준다. 보육원에서 자라 남들의 도움을 받아본 적 없는 우슬기는 유제이에게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냐"고 묻지만 유제이는 "네가 존경스럽다"는 의미심장한 말만 한다.
사진 제공=STUDIO X+U '선의의 경쟁' |
유제이와 우슬기는 작품 초반 뜬금없이 농도 짙은 키스를 선보인다. 이전까지 두 사람의 관계성과 감정선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우슬기에 대한 유제이의 마음이 질투인지, 소유욕 또는 집착인지도 알 수 없다. 스킨십을 받아주는 우슬기 또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물음표만 떠오른다.
지난 6일 언론시사회에서 혜리는 동성 키스신에 대해 "대본을 읽었을 때 충분히 납득이 가는 감정선이었다"며 "이후 회차를 보면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또 한쪽의 집착이 되기도 한다. 두 사람의 감정 변화와 유제이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4화까지는 유제이와 우슬기 간의 서사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의 감정선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혜리의 말처럼 5화 이후에 유제이와 우슬기, 그리고 친구들 간의 관계성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STUDIO X+U '선의의 경쟁' |
시청자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도 없다. 우슬기의 건조한 나레이션으로 극의 몰입감을 더하긴 하지만, 4화까지는 유제이에게서 꿍꿍이보다 '사랑'이 느껴진다. 극 중 우슬기는 불법 약물을 남용하고, 동급생들로부터 원조 교제 의심을 받고, '담배빵' 등 괴롭힘을 당한다. 극의 전반적인 전개가 스릴러보다는 선정적인 폭력물에 가깝다.
또 초반부에는 흡연과 클럽 등의 일탈을 즐긴 후 교회에서 회개하는 유제이의 독특한 취미가 묘사된다. 이에 김태희 감독은 "선의의 경쟁은 애초에 기획할 때 10대를 겨냥한 작품은 아니었다. 10대의 감정과 서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염두에 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스터리 걸스릴러 학원물'인 만큼 뜬금없는 섹스, 약물 중독 등의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극의 긴장감을 더해줄 반전과 캐릭터의 겹층적인 서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진 제공=STUDIO X+U '선의의 경쟁' |
보이그룹 갓세븐의 영재는 1화에 잠깐 나왔다가 7화부터 다시 합류한다. 영재는 극 중 우슬기의 보육원 선배, 남병진 역을 연기한다. 남병진은 우슬기가 서울의 채화여고로 전학온 이후로도 그의 곁을 맴돌며 사건의 중심에서 여고생 4인과 얽히게 된다.
미스터리 걸스릴러 학원 드라마를 표방하는 선의의 경쟁이 앞으로 인물들 간의 설득력 있는 감정선과 관계성을 바탕으로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재선 텐아시아 기자 reelecti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