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경수·김동연·김부겸 모두 나서달라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인격적 공격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대선 때도 (이 대표에 대한) 빨간불이 깜빡이는데 앞만 보고 갔다. 언론과 여론조사가 지속해서 경고음을 보냈지만 무시했다”며 “나는 서울시당과 광주시당에서 지원 유세를 요청받았고 흔쾌히 동의했으나, 대선 캠프에서 ‘필요 없다’ 하여 현장에 나서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패한 원인을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당시 친명계가 비명계의 선거 지원 활동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뜻이다.
그래픽=송윤혜 |
이 대표는 최근 비명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당에 “환영한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했다. 이 대표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홍성국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 자기에 대한 비명계의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친명·비명 대립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로를 향한 공격 수위가 격해지고 있다. 친명계 최민희 의원은 임 전 실장을 겨냥해 “자당(自黨) 흔들기로 언론을 타는 것은 정치인이 망하기 시작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박홍근 의원은 “이재명과 다르다면 ‘흔들기’가 아닌 ‘넘기’를 보여달라”며 “새로운 리더가 되고 싶다면 이 대표를 공격할 게 아니라 주권자가 원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임 전 실장은 이날 이 대표를 향해 “말로만 하지 말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민주당의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가 말에만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강경 발언도 비명계의 반발을 키웠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5일 유튜브에서 비명계의 이 대표 비판에 대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하고, 비명계 인사 이름을 거론하며 “배은망덕” “지도자 행세” 같은 표현을 써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임종석 전 실장에게는 “다른 직업을 모색해 보는 것이 좋다. 정치가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친문계 고민정 의원은 “망하는 길로 가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미 오래전 시작됐다”며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하면 ‘수박’이란 멸시와 조롱을 하는 현상이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고 했다. 갈등이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자 양측을 모두 비판하는 메시지도 나왔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8일 “지금 민주당이 친문·친명 나뉘어 싸울 때인가”라며 “대북 정책, 인사 정책, 부동산 정책에 실망해서 돌아선 국민을 이재명 한 명에게 책임을 묻고 몰아세우는 것으로 민주당 지지로 돌려세울 수 없고, 수위가 매우 낮은 당내 이견 표출에도 발끈해 독한 말 내뱉고 조롱하는 대응으로는 이재명의 대선 승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은 ‘편파’ 콘셉트를 내건 유튜브 채널 ‘블루파크’를 오는 11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식과 각종 정책을 민주당 입장에서 매일 생중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9일 올린 예고 영상에선 “이곳은 기울어진 운동장” “오직 민주당의,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방송” “민주당을 위한 편파 중계” 같은 홍보 문구가 나왔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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