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주기 반칙’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 귀화선수 출신의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린샤오쥔이 개인 1000m 준결승에서 끝내 웃지 못했다.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에서 린샤오쥔은 레이스 종료 이후 고개를 숙였다.
경기 도중 인코스를 무리하게 파고 들다 경기 종료 후 반칙으로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하게 된 것이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지원(왼쪽부터 첫 번째)에 이어 2위로 트랙을 돌고 있는 린샤오쥔(두 번째)을 중국 대표팀 동료 쑨룽(세 번째)이 손으로 밀어주고 있는 듯한 장면. 사진=중계화면 캡처 |
이날 1조에서 한국의 박지원(서울시청)과 일본의 마쓰즈 슈타 등과 경합한 린샤오쥔은 인코스를 파고들어 경쟁 선수들을 제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린샤오쥔은 마쓰즈와 접촉했다. 결국 마쓰즈가 흔들리면서 대열에서 이탈했다.
경기 종료 후 심판진은 린샤오쥔에게 반칙을 선언하며 탈락시켰고, 마쓰즈에겐 어드밴스를 부여했다.
1조에서 함께 경쟁했던 박지원은 1분26초625의 기록으로 중국 쑨룽에 이어 2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어 열린 1000m 결승전에선 한국 대표팀의 장성우가 줄곧 선두로 치고 나간 이후 1분28초304로 가장 먼저 골인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초반 레이스에서 뒤처지면서 4위권에 머물렀던 박지원도 막판 스퍼트와 저력을 보여주면서 1분28초829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성홍기를 달고 첫 종합국제대회에 출전한 린샤오쥔 입장에선 귀화 이후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란 소득 속에 찜찜한 논란 속에 다소 아쉬움이 남은 채로 개인전을 마치게 됐다.
린샤오쥔이 박지원에 앞서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전날 열렸던 2000m 계주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린샤오쥔은 선두로 질주하다 마지막에 넘어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린샤오쥔은 박지원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린샤오쥔은 남자 500m 개인전에서 끝내 중국 귀화 이후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며 감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전 도중 중국 대표팀의 동료 쑨룽이 밀어주기 반칙을 한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00m 결승선을 2바퀴 남진 직선 주로에서 박지원이 인코스로 린샤오쥔과 쑨룽을 한꺼번에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자 3위로 뒤따르던 쑨룽이 오른손으로 린샤오쥔의 엉덩이를 손으로 밀어주는 듯한 동작이 중계 영상 속 화면 속에서 포착됐다.
이후 린샤오쥔은 아웃코스로 내달려 박지원을 다시 제친 이후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속도가 떨어진 쑨룽은 4위로 밀려나 경기를 마쳤다.
경기 종료 후 린샤오쥔은 중국대표팀의 전재수 코치에 달려가 눈물을 쏟았다. 한국 대표팀의 박지원과 장성우는 이후 엎드려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린샤오쥔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감동적인 장면에도 불구하고 린샤오쥔의 금메달은 논란이 따를 전망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 295조 2항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경기 중 동료로부터 ‘밀어주기’ 도움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다. 이것이 허용되는 계주와 달리 개인전은 동료 선수의 몸을 밀어주는 식의 도움을 주는 행위가 반칙이 되고 제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심판진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한국 대표팀과 코칭스태프도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을 경기 종료 후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면서 그대로 린샤오쥔이 금메달을 매고 시상대에 올랐다.
이후 중국 언론들은 “린샤오쥔과 중국대표팀은 반칙을 범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린샤오쥔(왼쪽)과 박지원(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제공 |
결과적으로 린샤오쥔은 중국 쇼트트랙의 영웅이 됐다. 린샤오쥔이 남자 500m에서 따낸 금메달은현재까지 중국이 쇼트트랙에서 가져온 유일한 금메달이 됐다. 그렇기에 중국 언론들은 필사적으로 린샤오쥔의 결백함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희비가 엇갈린 상황이기도 하다. 린샤오쥔은 과거 임효준으로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던 당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서 남자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한국 쇼트트랙의 희망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임효준은 이후 2019년 국가대표팀 소집 훈련 도중 황대헌과 불미스러운 상황에 휘말려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이후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결국 긴 법정 공방 끝에 임효준은 법원으로 부터 무혐의를 받았지만 최종 선고가 나오기 전인 2020년 중국으로 귀화를 선택했다.
국제규정에 따라 한동안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린샤오쥔은 ISU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점차 기량을 회복했고, 하얼빈 동계 AG에서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중국 쇼트트랙의 희망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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