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에이시스 저스틴 후버 단장. /한화 이글스 제공 |
[OSEN=이상학 기자] “호주 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기회다.”
지난해부터 2년째 호주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멜버른 에이시스와 협약을 맺어 지원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인 저스틴 후버(43) 멜버른 에이시스 단장이 수년간 KBO 팀들을 스프링캠프에 유치하기 위해 준비했고, 올해는 멜버른 인근 질롱에 KT 위즈까지 새로 캠프를 차렸다.
두 팀의 캠프를 지원 중인 후버 단장은 “최근 들어 KBO 팀들이 호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우리는 구장 시설을 비롯해 훈련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기 위해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작년에 한화와 인연이 닿았다. 직접 멜버른볼파크에 와서 훈련 환경을 체크했고, 구현준 운영팀 과장과 계속 연락하면서 한화를 이곳에 초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 캔자스시티 선수 시절 저스틴 후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년 6월25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 시절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6회 대타로 나와 우측 2루타로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신고했는데 상대 투수가 김병현이었다. 한국인 투수에게 잊을 수 없는 첫 안타 손맛을 본 후버 단장은 2010년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1년을 뛰었다. 이후 고향 멜버른에 돌아와 2014~2015시즌까지 선수로 뛴 뒤 행정가로 변신, 현재 멜버른의 단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한국 야구에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한화와 손잡은 뒤 KBO리그에 매료됐다. 지난해 시즌 중 한국을 찾아 경기도 직접 관전한 후버 단장은 “선수 시절 미국, 일본에서 뛴 경험은 있지만 한국과는 인연이 없어 잘 몰랐다. 한화와 캠프 협약을 계기로 KBO리그의 열렬한 팬이 됐다. 일본과는 다른 한국 야구만의 스타일이 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의 강점을 다 섞어 놓은 듯하다”고 말했다.
한화 손혁 단장과 멜버른 저스틴 후버 단장이 협약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
내년부터 KBO가 시행하는 아시아쿼터에 호주 국적 선수가 포함된 것도 후버 단장을 흥분하게 만든 일이었다. 지난해 연말 한국에서 허구연 KBO 총재와도 만나 찍은 사진을 보여준 후버 단장은 “그때 허구연 총재가 아시아쿼터에 대해 얘기했는데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호주 선수들에겐 정말 좋은 기회”라고 반겼다.
이어 그는 “우리 멜버른 선수들도 한국의 아시아쿼터에 관심을 보이며 흥분하고 있다”며 “호주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KBO가 우리 호주 선수들의 커리어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9년부터 겨울마다 시즌이 진행되는 호주프로야구는 미국 마이너리그를 비로해 세계 각국 선수 유망주들이 단기 계약을 맺고 뛰며 경험을 쌓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상업성이 낮아서 호주 국적 선수들에겐 큰 돈벌이가 되진 않는다. ‘투잡’ 개념으로 뛰는 선수들도 많다. 호주프로야구 평균 연봉은 호주 달러 기준 7만3648달러(약 6720만원)로 미국 달러 기준 최대 20만 달러(약 2억9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아시아쿼터는 커리어 발전과 함께 금전적인 면에서도 호주 선수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OSEN=이상학 기자] 멜버른볼파크 구장 간판에 들어간 선수 시절 저스틴 후버 단장(왼쪽 아래). /waw@osen.co.kr |
[사진] 멜버른 선수 시절 저스틴 후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시아쿼터 호주 선수 공급처 역할도 기대되는 후버 단장의 궁극적인 꿈은 호주 야구의 발전이다. 이를 위해 한국 야구와 지속 가능한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그는 “멜버른을 매년 스프링캠프 팀들이 찾아 오는 일본 오키나와처럼 만드는 게 나의 꿈이다. 미니 오카나와 리그로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그렇게 되면 멜버른 지역 팬들과 어린이들이 야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호주에서도 야구가 최고의 스포츠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호주는 따뜻하고 쾌적한 날씨가 훈련하기에 최고로 좋고, 시차도 한국과 2시간밖에 나지 않는다. 미흡했던 훈련 시설도 점차 갖춰져지면서 KBO 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날씨가 갈수록 좋지 않고, 고환율 영향으로 인해 호주에 더 많은 KBO 팀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 훈련 중인 팀도 내년에 호주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선수 출신답게 후버 단장은 한화의 스프링캠프 훈련 과정도 흥미롭고 지켜보고 있다. 그는 “한화와 KT 정말 아주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며 “한화는 올해 투수력이 아주 강할 것 같다. 또한 김경문 감독이 가장 중요시하는 수비 훈련들도 인상적이다. 아마 올해 한화에게서 점수를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KBO리그 10개 팀 중 가장 까다로운 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고 전망했다. /waw@osen.co.kr
한화 김경문 감독과 멜버른 저스틴 후버 단장이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