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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허은아 "나는 '이준석 정치' 피해자…끝까지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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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소환제 가처분 기각…대표직 상실
"이준석·천하람, 학교폭력 가해자 같아"
"용기 있었던 대표로 기억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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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모처에서 <더팩트>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등포=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영등포구=서다빈·이동현 기자] 8개월 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 잠을 설쳤다는 허 대표는 담담한 표정을 짓다가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가처분 판결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온 듯했다.

8일 영등포구 모처에서 <더팩트>와 만난 허 대표는 친이준석계 지도부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이준석 의원과의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우현)는 7일 허 대표가 낸 최고위원회의 의결사항·당원소환투표 효력 정지와 당대표 직무대행 직무 정지에 관한 가처분 심문 결과 기각으로 판단했다. 가처분 판결을 받은 이날 허 대표는 국회 안에 있는 당 대표실을 모두 정리했다고 한다. 그의 사무실 한편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허 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며 보낸 화환이 놓여있었다.

또 다른 한 편엔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개혁, 개헌'이라는 슬로건이 놓여 있었다. 오는 9일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허 대표는 아쉬움을 토해내면서도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이 의원과 천하람 원내대표를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학교 폭력 가해자 박연진과 그 일당에 비유하며 법적 대응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허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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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가처분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가처분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법부가 정당 민주주의를 지키는 판결을 내려줄 것이라 믿었고 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절차라고 생각했다. 깜짝 놀랐다.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가처분 내용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떤 정당이든 인기 있는 인물이 선출되어도 언제든지 내릴 수 있는 선례를 만든 것이라 본다.

-민· 형사상 조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인가.

가처분 과정에서 이준석·천하람 의원과 관련한 범죄 혐의를 발견했다. 이에 대한 조치는 당연히 해야 한 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당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우리 당의 살길이라 생각해서 싸운 것이다.

이 의원이 왜 이렇게 대선 출마를 서두르는지 의심스럽다. 혹시 본인을 둘러싼 명태균 등 여러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발견한 범죄 혐의에 대해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관위에 공익 제보를 하게 됐다.

-천하람 원내대표가 가처분 판결 이후 통합을 강조하며 만나겠다고 했는데 별도 연락이 있었나.

아직 연락 온 게 없다. (천 원내대표가) 통합과 포용의 이미지를 앞세우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다르게 행동했다. 긴급 최고위를 열고 직무정지 의결하기 전날, 나에게 '언제든 소통하자'며 다음 날 저녁에 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에 바로 직무정지를 시켰다.

'더 글로리'도 아니고 학교에서 다 때리고 죽일 만큼 궁지에 몰아놓고선 페이스북에는 '감싸안아 주겠다'는 글을 올리고 정작 나에게는 아무 말도 없었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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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개혁신당이 이준석 만을 위한 정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예원 기자


-천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원외·원내 대표직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우려하나.

그냥 앞으로 개혁신당은 당 대표를 임명직으로 바꾸면 된다. 아주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원내 사람 중 힘 있는 사람이 둘 다 하면 된다. 왜 힘들게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선출하는지. 예전부터 천 원내대표는 당 대표를 하고 싶어 했다. 결국 꿈을 이뤘다.

-개혁신당 지도부가 친이준석계를 중심으로 새롭게 꾸려질 전망이다.

개혁신당은 원래 이준석 당이었다. 지금은 더 확실해졌다. 하지만 이준석만을 위한 정당, 사당이 되어선 안 된다. 그래야 우리 당이 지지율을 높이고 확장할 수 있다. 이 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 정당이다. 자신의 사익을 위해 멋대로 돈을 쓰거나 사람을 나락 보내면 안 된다.

-현 상황이 과거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축출될 때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나.

매우 유사하다. 과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몰아냈을 때 사용했던 방식이 같다. 당대표 이미지를 나락으로 보내고 당직자를 동원해 갑질 프레임을 씌웠다.

이번 가처분 결과도 마찬가지다. 과거 국민의힘이 이준석에게 들이댔던 잣대를 나에게 그대로 적용했다. 국민의힘 다수의 의원이 이준석에게 '나가'라고 해서 버티기 힘들었던 거 아니냐. 국민의힘은 그때 윤리위원회라도 가동하며 최소한의 절차를 밟았다. 지금 우리 당은 그런 것도 없다. 이준석은 윤석열 욕하면 안 된다. 이준석은 젊은 윤석열, 제2의 윤석열이다.

-이준석 의원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우선 이준석은 변해야 한다. 0.01% 기대하고 있다. 반성할 줄 아는 사람, 미안해할 줄 아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이준석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언젠가 변하겠지, 의원이 되고 어른이 되겠지 기대했는데 이제는 국민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국민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맞춘 정치는 원외에 있을 때나 하는 거다. 배지 달고 있는 사람이 말을 가볍게 해서는 안된다. 자기를 돌아보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0.01%의 기대감이지만 그래도 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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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이준석 의원을 '선거의 천재'라고 평가했다. /서예원 기자


-이준석 의원이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환경이 바뀌면서 조기 대선 국면이 오니 돌격형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선출된 관리원을 바보로 만들어서 내쫓는 건 민주적이지 않고 이해가 안 간다. 나는 늘 '이준석은 선거의 천재'라고 말해왔다. 뒤에서 백업해 주려 했는데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내홍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똑같다. 가스나 석유가 있을 것처럼 사람들을 속여서 돈을 날렸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속여서 한 사람을 나락 보내는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우리 당을 1, 2년만 쓰고 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 세대를 위해 밑거름이 되고 싶었다. 진정성을 제대로 못 보여줬다면 내가 부족한 거겠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나중에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이 혐오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대문 앞에 달아놓고 개고기를 판다)에 트라우마가 있다. 윤석열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이준석도 도왔던 사람으로서 절대로 양두구육은 안 된다는 철학을 갖게 됐다. 세상에 문제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사람은 모두 실수를 한다. 이준석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을 넘었다. 명태균 건부터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배은망덕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개혁신당이 독자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나.

어렵다고 본다. 내가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내려왔다. 이준석은 당을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당대표를 하던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지키려고 했던 것 같은데, 결국 그것이 부패로 드러난 것이다. 우리 당을 '자금처'로 쓰면 안 된다. 개인 선거를 위해 돈을 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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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이 용기 있는 당 대표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드라마 '더 글로리'를 언급한 이유는 무언가.

이준석은 가해자다. (내홍 당시) 사람을 끝까지 밟아 죽이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 속상하다.

-어떤 당 대표로 기억됐으면 하는가.

용기 있는 당 대표. 소신 지키기 위해 책임 다하는 당대표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책임감이다. 나는 약속한 것들을 지키려고 했다. 99대 1로 싸울 수밖에 없던 이유는 책임을 다하는 정치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잘되는 모습을 보여줄 거다.

-당 대표직 상실했는데 이후 어떤 계획이 있나.

자세한 부분에 대해선 고민해 봐야 한다. 오늘 나와 함께했던 사람들과 논의할 것이다. 나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 것이 아니다. 정당의 사유화에 맞서 싸운 것이다. 우리 당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잘못된 부분을 그냥 덮고 갈 것이냐 아니면 제대로 처리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이 당에 온 이유가 미래만 바라봤고,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권력자에게 줄만 서고 있다.

-앞으로 정치 활동은 계속할 계획인가.

계속 정치를 하며 이준석과 싸울 거다. 당내 부패한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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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모처에서 <더팩트> 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누구?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출신인 허 대표는 퇴사 후 교수, 컨설턴트,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에 영입돼 비례순번 19번을 배정받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국민의힘에서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돌연 이준석, 천하람, 이기인 등과 함께 개혁신당 창당에 합류하며 의원직을 포기하고 탈당했다. 그 후 개혁신당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를 통해 제2대 당대표로 선출돼 당을 이끌어왔다. 허 대표는 지난달 21일 천 원내대표가 주재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소환 투표 및 직무 정지 안건이 의결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허 대표 측 대리인단이 이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2월 7일 최종적으로 대표직을 상실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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