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준석 "세대교체로 정치판갈이" 포부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조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기 위한 몸풀기에 나섰습니다. 한 전 대표는 1973년생, 이 의원은 1985년생입니다. 두 정치인은 정치적 세대교체의 ‘대표주자’ 격으로 꼽힙니다.
현재 보수층에선 ‘논쟁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각각 ‘최연소 당대표’ ‘1등 대선주자’로 불렸습니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지 않았다’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윤 대통령 방탄을 위해 강성 보수층이 똘똘 뭉친 상황에서 ‘반(反)윤석열’ 기치를 들었던 두 사람이 설 자리가 좁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판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2월말 등판 예상.. 주목도 커질까
한 전 대표는 7일 현재까지 대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습니다만, 뜻은 분명해 보입니다. 복수의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한 전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은 복귀 시기와 메시지를 고민하는 단계”라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정치 원로를 만나 정국 상황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게 한 전 대표의 강점입니다. 불법적 12·3 비상계엄을 조기에 종식시킨 공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무모한 비상계엄 선포를 “반헌법적 계엄”이라고 즉각 반대했고, 비상계엄 해제와 윤 대통령 탄핵에 일조했습니다. 다만 강성 보수층으로부터는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았고, 밀려나다시피 당대표직을 내려놨습니다.
이후 국민의힘 분위기는 한 전 대표의 예상과 달라 보입니다. 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과 선을 긋기는커녕, 동정론이 비등합니다. 한 전 대표의 입지도 좁아졌습니다. 지난 3일 한국갤럽·세계일보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7%, 한 전 대표는 34%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이재명(47%) 대 오세훈(43%), 이재명(47%) 대 홍준표(39%)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결과입니다.
한 전 대표 측은 ‘역전 가능성’에 배팅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당이 강성 보수층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 중도 보수층에 '구애'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입니다. 한 전 대표 측 인사는 “윤 대통령의 헌재 선고일이 임박할수록 한 전 대표를 향한 주목도는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지난 당대표 전당대회에서 득표한 63%의 지지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되는 2월 말이 거론됩니다. 그는 불법적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밝히면서 ‘배신자 프레임’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친한계 한 의원은 “탄핵 선고가 나오기 전에 등판해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실컷 두드려 맞으며 그 국면은 지나가야 한다”라며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당도 전략적 판단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일 홍대레드로드버스킹거리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40세 이준석 "세대교체로 정치판갈이"
이 의원은 '범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조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 홍대입구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 지난 노래를 엇박자로 부르는 두 세력을 과거로 남겨두고, 우리는 미래의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아가자”고 했습니다. "세대교체로 정치판갈이를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85년 3월생인 그는 다음 달이면 만 40세로 대선 출마 자격을 얻습니다.
정치 세대교체론의 ‘원조’는 1969년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영삼 전 대통령입니다. 당시 신민당 당수 유진산은 “입에 젖비린내 나는 정치적 미성년자들이 무슨 대통령이냐”는 비난을 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45) 이철승 전 의원(48) 등이 ‘40대 기수론’에 가세하며 세대교체 분위기가 고조됐습니다.
이 의원이 실제 대선후보가 되면 당선 가능성은 둘째 치고 한국 정치사에서 ‘청년 대통령 후보’가 등장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만들어집니다. 이 의원의 출마 자체가 이재명(61)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문수(71)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61) 서울시장을 ‘기성 정치인’으로 분류해 버릴 것입니다.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윤 대통령과 부딪히며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대표”라는 평가를 받았고요. 젠더 갈리치기 등 편가르기 정치를 둘러싼 비판도 상당합니다. 윤 대통령 구속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가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면서 '제3세력'을 표방하는 이 의원의 운식의 폭이 대폭 좁아진 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이 의원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한 친윤석열계 의원은 “이 의원은 보수도 20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인물”이라며 “ 이 번 대선에서 진영과 진영으로 세게 붙는다면 이 의원의 팬덤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에 대한 지지율은 1~3%대에 머물러 있지만 이를 평가절하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 의원에게는 여러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정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높아지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여권 대선주자들과 단일화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그의 행보가 선거판을 요동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의원이 대선 직전까지 여론을 살피면서 몸값을 키운 뒤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