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에 시장이 휘청거린 한 주였다. 데이비드 색스 미국 백악관 인공지능(AI) 및 가상자산 차르의 기자회견 실망감도 하락장에 영향을 미쳤다. 한때 1억6000만원에 근접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1억4000만원대로 후퇴했고, 트럼프 당선의 최대 수혜 종목으로 꼽히던 리플도 20% 하락했다.
'트럼프 역효과'...관세 전쟁에 기자회견 영향까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주 동시간 대비 4.76% 하락한 개당 1억4936만6000원에 거래됐다. 주간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에 들썩거렸다. 주변국을 상대로 한 관세 전쟁과 데이비드 색스의 첫 번째 기자회견이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주간 차트 /사진=업비트 |
비트코인 가격은 주 초반 들썩거렸다. 외신들은 리스크 회피 심리에 따라 시장에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중국,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1억6000만원을 향해 나아가던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꺾인 것. 대상국들은 즉각 미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의 영향으로 투자심리도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 수준으로 지난 3일 돌아갔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알터너티브 자체 추산 '공포·탐욕 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공포 단계에 접어든 것.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투심은 줄곧 탐욕이나 극단적 탐욕 상태를 유지해왔다.
일시적인 반등세도 보였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와 각각 30일간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일시적인 화해 국면에 비트코인 가격은 4일 오전 1억6000만원에 근접했으나 중국과 합의에 실패하자 재차 내리막을 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부펀드 설립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반전되지 않았다. 뒤이어 열린 데비이드 색스의 기자회견도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나섰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 관련 입법 중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우선하겠다는 계획도 공개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주말을 앞두고 1억4000만원대로 후퇴했다. 한국 시간으로 7일 오후 미국 노동부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1월 비농업 부문 고용과 실업률을 발표하면서 일시적인 상승세가 관측됐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미국이 다음 주 다수의 국가를 상대로 한 상호주의적 관세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전해졌다.
주요 알트코인 일제히 폭락...카이아 30% 하락
주요 알트코인들은 일제히 낙폭을 키우며 크게 주저앉았다. 한 주 사이 이더리움과 리플(XRP, 엑스알피)가 20%의 하락세를 기록했고, 솔라나도 16% 떨어졌다. 미국발 관세 전쟁의 일시적 화해 국면에서 보인 상승분을 반납한 채 하락세를 지속했다.
엑스알피 주간 차트 /사진=업비트 |
'리플'은 최근 명칭을 엑스알피(XRP)로 변경했다. 이는 가상자산인 엑스알피와 기업명 리플의 혼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리플사는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와 플랫폼에 기존의 '리플'을 'XRP'로 표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더리움은 8일 오전 8시 기준 전주 동시간 대비 20.49% 하락해 개당 402만1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리플은 20.67% 하락한 개당 3696원, 솔라나는 16.73% 하락한 개당 29만5050원에 거래됐다.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크립토카포는 "비트코인 가격에 두 번째 하락이 나타나면 8만8000~9만달러(약 1억2800만~1억3100만원) 구간까지 빠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일부 알트코인은 10~30% 더 하락할 수 있다"며 "최근 카피출레이션 장세 이후 이어진 강한 반등세에도 여전히 근본적인 약세 정서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카피출레이션은 투자자들의 낙관이 최저점에 이르며 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락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솔라나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도 내리막을 타고 있다. 폴리마켓 트레이더들은 솔라나 현물 ETF가 7월 31일(현지시간) 내 승인될 가능성이 3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2월 최고치를 기록했던 76%에서 절반 이하로 하락한 수치다.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 매트릭스포트는 X를 통해 "최근 2개월간 1만 솔라나 이상을 보유한 지갑 수가 급감했다"며 "이는 고래들이 물량을 던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지난 2023년 말 밈코인 시즌이 오기 전 솔라나를 매집한 고래들이 수익을 실현한 뒤 이를 비트코인에 재투자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토종코인들도 휘청거렸다. 특히 카이아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클레이튼과 핀시아의 통합 블록체인 카이아의 가상자산 카이아는 전주 동시간 대비 30.66% 하락한 개당 199원에 거래됐다.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같은 기간 9.26% 하락해 개당 999원에 거래됐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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