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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 다른 저가 피자 : 출혈경쟁의 소리 없는 비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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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 저가피자 시장이 뜨겁다. 최근 6개월간 새롭게 등장한 브랜드가 18개에 달할 정도다. 주거지가 밀집한 상권엔 한집 건너 한집이 저가피자 가게인 경우도 적지 않다. 저가피자의 공세에 피자 톱5의 설 자리마저 좁아졌다.

# 문제는 저가피자 브랜드의 겉과 속이 다르단 점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정작 점포가 줄어든 브랜드가 숱하다. 양적 성장을 꾀했을지 몰라도 질적 성장에는 실패했단 거다. 이유가 뭘까. 더스쿠프가 저가피자 시장의 차가운 이면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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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배달+7000원 할인쿠폰'. 배달앱을 켜면 피자 브랜드들이 치열한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외식업종 브랜드들이 1000~2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피자 브랜드들 중엔 4000~5000원, 많게는 7000원까지 할인해주는 곳이 숱하다.

자영업자 사이에선 "할인쿠폰을 가장 많이 뿌리는 업종이 피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피자 시장의 경쟁이 뜨겁다는 건데, 부메랑을 맞은 건 다름 아닌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다.

한때 피자 빅5로 불렸던 '피자헛'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파파존스' '피자알볼로' 중 흑자를 내는 곳은 2곳(미스터피자·파파존스)뿐이다. 특히 1985년 론칭한 '1세대 피자' 브랜드 피자헛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23년 피자헛의 매출액은 869억원으로 전년(1020억원) 대비 14.8% 줄었다. 2004년 매출액이 3002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2022년 –2억원, 2023년 –45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여기에 가맹점주들과의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은 2020년 "피자헛 본사가 점주들과 합의 없이 차액가맹금(물류마진)을 부과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취지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9월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주고 피자헛에 210억원가량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피자헛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데 이어 11월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여 12월부터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됐는데,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차액가맹금 반환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피자헛 측은 "회생절차는 법적 책임을 외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회생법원의 감독하에 사업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적 악화에 가맹점과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피자헛 점포 수는 급감했다. 2022년 328개였던 가맹점은 2023년 297개로 9.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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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미스터피자의 실적도 악화일로다. 미스터피자는 2023년 모회사 대산F&B로부터 물적분할하고 새출발을 선언했지만 2017년부터 쌓여온 적자(2023년 –16억원)를 해소하는 덴 실패했다.

가맹점 역시 200개 이하로 줄어든 지 오래다.[※참고: 미스터피자는 2016년 창업주인 정우현 MP그룹(당시·대산F&B의 전신) 회장의 갑질 논란 이후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피자알볼로가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2010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피자알볼로는 가맹점이 310개(2022년)까지 늘었지만, 1년 새 297개로 감소했다. 당연히 본사 매출액도 쪼그라들었다. 피자알볼로의 2023년 매출액은 349억원으로 전년(422억원) 대비 17.2% 줄었고, 2년 연속 영업적자(2022년 –12억원·2023년 –28억원)를 냈다.

자리를 유지한 건 언급했듯 도미노피자와 파파존스인데, 둘의 상황도 조금 다르다. 도미노피자의 2023년 매출액은 2094억원으로 전년(2071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억원에서 51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파파존스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은 2.4%(664억원→680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7%(47억원→41억원)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대형 피자 브랜드의 설 자리가 좁아진 건 피자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1인가구가 증가하고, 피자가 특별한 메뉴가 아닌 일상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2만~3만원대 대형 피자 브랜드가 경쟁력을 잃었다. 그 사이를 1만원대 저가피자 브랜드가 파고들었다. 2008~2010년 시장에 등장한 '피자스쿨(정보공개서 등록 기준 2008년)' '오구쌀피자(2009년)' '피자헤븐(2010년)'이 대표적이다.

변곡점은 팬데믹이었다.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는 2021년 12월 1만원대 가격을 앞세운 '빽보이피자'를 론칭했다. 2022년 3월엔 대기업 계열의 신세계푸드가 1만원대 피자 브랜드 '노브랜드피자'를 열었다.[※참고: 신세계푸드는 직영점 4곳을 운영했지만 지난해 11월 시장의 경쟁 과열 등을 이유로 노브랜드피자 사업을 철수했다.]

저가 피자의 기세는 엔데믹(풍토병·ende mic) 시대가 열린 후에도 이어졌다. '번쩍피자(2023년)' '끝판왕피자(2024년)' 등 신생 브랜드들이 줄이어 론칭했다. 2023년엔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맘스터치앤컴퍼니가 '맘스피자'를 선보이며 저가피자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런 추세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지난해 235개(7월 1일 기준)에서 현재 253개(2025년 2월 5일)로 증가했다. 6개월 만에 18개 브랜드가 새로 생겨났다는 거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소비 양극화로 초고가와 초저가 브랜드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피자 시장에서도 저가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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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형 피자 브랜드를 밀어낸 저가피자 브랜드들은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겉보기엔 뜨거운 저가피자 시장 안팎엔 '소리 없는 비명'이 가득하다.

값이 저렴한 만큼 많이 팔아야 가맹점주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이지만, 경쟁이 심한 탓에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다. 대형 피자 브랜드를 밀어내는 덴 성공했지만, 정작 저가피자 브랜드끼리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거다.

위기의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30년 경력의 백종원 대표가 만든 피자 브랜드"를 내걸고 가맹점주를 모집한 빽보이피자를 보자. 백 대표의 후광효과 덕분인지 론칭 1년여 만에 가맹점이 200개(2023년)를 넘어섰지만 내실은 악화했다. 2022년 4억3178만원이던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하 연간 기준)은 2023년 3억6109만원으로 16.3%나 줄었다.

반대로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점포가 줄어든 곳도 적지 않다. 청년피자의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2022년 3억4238만원에서 2023년 3억6171만원으로 5.6% 증가했다. 하지만 가맹점은 같은 기간 365개에서 334개로 8.4% 줄었다.

1인용 피자를 표방한 '고피자'도 마찬가지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같은 기간 7.8%(2억5684만원→2억7690만원) 늘어난 반면 가맹점은 108개에서 105개로 되레 줄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가맹점이 적지 않다는 거다. 저가피자 브랜드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3~4년 전만 해도 그럭저럭 장사가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저가피자 브랜드가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쿠폰할인, 리뷰행사를 안 할 수가 없다. 결국 수익은 깎이고 팔아도 남는 게 없다."

또다른 저가피자 브랜드를 운영하는 점주 B씨는 "배달 주문이 대부분이다 보니 배달비와 배달앱 중개수수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원재료비, 가스비, 전기세, 인건비, 임대료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건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저가피자 시장이 레드오션화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는 출점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저가피자 브랜드들이 앞다퉈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톱스타 모델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제고하고, 가맹점주를 모집하겠다는 전략이다.

'노모어피자'는 지난해 4월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발탁했고, '7번가피자'는 같은해 12월 셰프 에드워드리를 모델로 기용했다. 이보다 앞서 청년피자는 2020년 가수 임영웅, 2021년 가수 태연을 모델로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이런 출점 전략은 가뜩이나 출혈경쟁에 시달리는 점주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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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가피자 매장을 팔아치우려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올해에만 저가피자 점포를 매도한다는 게시글이 50여개 이상 올라왔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저가피자는 '박리다매'를 해야 하는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말을 이었다.

"저가피자 브랜드의 가맹점주로선 출혈경쟁도 버티기 힘든데 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었으니 돌파구를 찾기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피자 자체를 먹지 않거나 냉동피자처럼 더 싼 대체재를 찾을 수도 있다. 고물가 국면이라고 하지만 '저가'라고 해서 버틸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뜨거운 저가피자 시장의 차가운 이면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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