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예로 명령에 복종하고 교육받는다.
2. 신상 박제 후 고발당한다.
"유포만큼은 참아달라"는 피해자들의 호소에도 협박을 이어가던 그가 정작 자신의 신상정보 공개는 거부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신상공개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날 법원이 기각하자 김씨는 하루 뒤인 7일 항고했다. 그는 신상공개를 막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가 협박한 피해자들이 그랬듯이.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봤을 김씨는 신상정보를 퍼뜨리겠다고 겁박하며 가해자를 피해자로, 피해자를 '더' 피해자로 만들었다. 성별도 나이도 가리지 않았다. 그 수만 234명이다. 남성 84명, 여성 150명, 이들 중 10대는 159명이다.
그는 지인의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유포에 관심을 보인 남성들과 성적 호기심을 보이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텔레그램으로 유인했다. 김씨가 돌변한 건 피해자들의 신상을 확보한 뒤였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찾은 신상을 유포하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학적 성착취 행위를 강요하거나 범죄에 가담하게 해 피해자들을 조직원으로 포섭했다. 조직원이 된 피해자들은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해야 했다. 그렇게 김씨는 신상공개를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웠다.
234명을 옥죄던 족쇄는 내일 김씨에게 채워진다. 경찰은 오는 8일 오전 9시부터 30일 동안 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 등 19개 혐의를 받는 김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한다. 법원이 김씨가 제기한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날 기각하면서다.
내일 신상이 공개되면 김씨에게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신상공개가 '너도 했으니 똑같이 당해봐라'는 보복의 의미가 돼서는 안 된다. 분노가 '얼굴이 어떻게 생겼다'는 조롱의 성격으로 변질돼서도, 피의자 가족 등 주변인의 신상정보를 들춰내서는 방식으로 표출돼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보복, 조롱에 초점이 맞춰진 분노는 빠르게 연소할 뿐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 사회, 개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특정중대범죄 사건에 대해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대상과 절차 등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범죄를 예방해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이렇게 명시했다. 법에 따라 경찰은 지난 2020년 3월 텔레그램 n번방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공동 운영자인 '부따' 강훈, '이기야' 이원호, '갓갓' 문형욱, 문형욱의 공범 안승진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많은 이가 분노했다.
그러나 약 5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역대 최대 규모의 텔레그램 성착취방인 '목사방'이 생겼다. 피해자는 '박사방(73명)'보다 3배 더 많고, '서울대 n번방(48명)'의 5배 가까이 된다. 비슷하지만 더 잔혹한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됐다.
신상공개 이후 빠르게 불타오르고 사그라드는 분노는 그래서 무력하다. 관성이 돼버린 '냄비'식 분노보다 중요한 건 집요한 관심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에게서 우리는 시선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들이 회복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수사기관이 수사상 한계를 이유로 초동 대응에 실패하지 않았는지,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지 않는지, 관련 법은 어떤 허점이 있는지, 정치인들은 법 개정을 추진한다면서 손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는 집요하게 쫓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관성이 돼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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