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지난해 10월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1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중국의 AI(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비해 현저히 적은 비용과 인력을 들이고도 미국 테크 업계에 선사한 충격에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7일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이날 네이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후발주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투자로 선도 업체 추격이 가능하다는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선도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지 않게 멀티 모델이나 추론 능력 등 강화에 전념하겠다”며 “다양한 비용 효율화 방안도 지속해서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아직 서비스 제공에 직접 활용한 사례는 없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LLM(거대언어모델)이라든지 외부의 다양한 LLM과도 협업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그 가능성도 저희가 열어두고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카카오의 전격 동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해 자체 AI 서비스 ‘카나나’를 공개한 카카오가 본격 출시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양측이 손을 잡자 카카오가 오픈AI 모델을 본격적으로 자사 모델에 활용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은 한국 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공동 사업을 포함해 공동 개발 등에 있어 폭넓은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 대표는 “변화의 속도가 더 앞당겨졌다고 판단한다”며 “자체 모델을 갖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유연성을 갖고 다른 LLM 도입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와 같은 AI를 활용한 서비스들의 경쟁이 오히려 더 본격화할 거고 그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날 주주총회 공시를 통한 글로벌투자책임자인 이해진 창업자의 사내 이사 복귀 안건도 공지했다. 내달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처리되면 2017년 자리에서 물러난 이 창업자는 7년 만에 이사회 의장에 복귀할 전망이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 이 창업자는 2017년 3월 “회사 사업에만 매진하겠다”며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려왔고 이듬해에는 19년 만에 등기이사직도 내려놨다. 이 창업자는 의장 자리에 복귀한 이후에는 네이버가 사활을 걸고 있는 AI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빅테크의 격전지가 되는 신사업에서 도약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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