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동기’ MBC 기캐 정혜수 “구두로 당일 해고통보”

MBC 기상캐스터 동기 최아리, 김가영, 정혜수, 박하영.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선 입사 기상캐스터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가운데 이들의 입사 동기였던 정혜수가 과거 작성했던 글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18년에 MBC 신입 기상캐스터로 합격했지만 방송 한번도 못하고 짤린 정혜수 씨의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혜수는 해당 글을 통해 “5년 동안 준비해서 입사한 방송국에 합격했는데…구두로 당일 해고통보를 받았다”며 “‘너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을거야’ 팀장님이 해고통보를 한날, 제게 한 말이다. ‘내가 왜 이런말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인사부도 아니고… 아 근데 넌 계약을 안했으니 인사부에서 말할 필요가 없겠구나.’”라고 해고 통지를 받으면서 팀장에 들었던 말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뼈와 살이 되려니… 더 단단해지겠거니 세상에 알려봤자 제 손해라는 말 때문에…. 스스로를 다독여봤지만 지금도 자다가도 1시간마다 깨는 제가 안쓰럽다”고 덧붙였다.

정혜수는 지역 곳곳에서 경력을 쌓으며 5년간 지상파 방송국을 목표로 일했고, 서류, 면접, 임원 면접 등 3차에 걸친 정식 채용과정을 걸쳐 MBC에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그러면서 “프리랜서 채용이였지만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입사공고 일정과 시험 일정이 있었다. 그리고 인사부를 통해 합격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 합격자 유의사항에 교육 중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혜수는 또 “교육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4명이 합격을 하면서 기존 선배 3명의 계약이 취소된 상황이라 나가는 선배 눈에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라며 비정상적인 채용 형태를 언급했다. 또 “실력이 완벽하다고는 저도 자신있게 말을 하지는 못하겠다. 신입이니까…실수 투성이였을 거다. 하지만, 교육 중에 한 실수로 방송국에 타격을 준 일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혜수가 눈 밖에 난 것은 업무 시간(오전 9시) 전, 당직실에 누워있었기 때문이라고. 정혜수는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6시까지 출근을 했고, 일 준비를 마친 후 동기들이 커피마시러 가자 했을 때 저는 생리통 때문에 당직실에 출근 전까지 잠시 누워있겠다 했다”며 “‘여기가 우숩냐. 역대 최악인 애들 뽑혔단말 도는거 아냐. 여기 우습게 보지마라. 너희 계약도 안하지 않았냐.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볼거다’. 당직실에 들어오셨다 선배가 제 모습을 보시곤 저를 포함해 동기들에게 하신 말씀”이라고 말했다.

이 일로 눈 밖에 나 겉돌게 된 정혜수에겐 아무런 과제가 주어지지 않았고, 다른 일로 바쁜 동기A를 대신해 논문을 찾는 일을 했단다. 먼저 동기들에 논문을 건넸으나 동기B는 ‘정리잘하고 이렇게 똑부러진 모습을 팀장님이 좋게 생각하지 않았냐’며 ‘이걸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팀장님께 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했고 정혜수는 정리를 한 뒤 팀장 자리에 올려뒀단다.

그러나 팀장은 이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원래 지시했던 동기 A에 화를 냈고, 논문을 찾아온 사람이 정혜수라는 걸 알게 된 뒤 논문을 정혜수에 던지며 “진짜 XX 왜이러니, 왜 분위기를 다 망치냐” 라며 “나는 A에게 시켰는데 왜 너가 하냐. 이렇게 A를 물먹이고 싶었냐. 이건 A를 물먹이는 거다. 뿐만 아니라 동기 B도 엿먹이는거다. 이렇게하면 내가 널 예뻐할 줄 알았냐. 내가 너라면 동기들에게 먼저 줄 것이다. 동기들한테 먼저 줬어야지. 너한테 정말 실망이다. 너 정말 무서운애구나”라고 했다고.

정혜수는 평소 팀장이 동기가 바쁠 땐 서로 돕고, 본인이 낸 과제는 여러장 뽑아 동기들도 주고 책상에 올려놓으라 가르쳤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도 “전날 동기들에 먼저 줬다. 또 변명한다고 할까봐 그저 눈물만 흘렸다. 그 다음날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팀장은 정혜수를 불러 “위에서 너랑 계약 안하겠대. 어떻게할래”라고 통보했고, 계약이 안되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정혜수에 “윗분들 보고 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거니?”, “넌 이 직군이 안맞아. 지금은 힘들겠지만 멀리보면 이게 나을거야. 일 하다가 계약연장 안되는 것보다 나아” 등의 발언을 했다고.

그러면서 “어떻게든 고칠 테니 기회를 한번만 더 달라고 말하는 제게 팀장님은 ‘정말 비디오만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니?’ 라면서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아닌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평가가 작용하였음을 암시했다. 저는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르바이트 생도 이렇게 자르지 않을 것”이라며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사원증과 용역확인서는 받았다. 프리랜서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채용단계를 거쳐서 채용했기 때문에 프리랜서라고 볼 수 없다고는 한다. 신의의 원칙에 어긋나서 이런식으로 해고 통보를 내릴 수 없다며 소송을 하라고 하더라. 조언이라도 구할까해 대형 로펌 대표번호를 전화해서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해당 방송국 고문 관계라 조언해드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형 지상파 방송국을 상대로 개인이 할 수 있는건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정혜수는 마지막으로 “저는 뭘 할 수 있을까. 이젠 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제가 억울하겠다고 말은 하는데… 전 제가 억울한 일을 당한게 맞는지 아닌건지도 이제 모르겠다. 너무 아무렇지않게 대수롭지않게 잘라버리고 그 어느 누구도 미안해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 제가 억울한 일을 당한건 맞나? 아니면 그저 세상일인가? 세상에는 저보다 더 억울한 일들이 많으니 참으면 될까?”라며 “제가 지금 원하는 건 길을 걷다 갑자기 울지않고... 하루라도 새벽에 깨지 않는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정혜수의 입사 동기는 현재 MBC 기상캐스터로 재직 중인 김가영, 최아리, 박하명이다. 이들과 이현승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서 고인을 두고 “완전 미친 X이다. 단톡방 나가자”, “몸에서 냄새난다. XX도 가지가지”, “또X이”, “(‘더 글로리’)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피해자 코스프레. 우리가 피해자” 등의 발언을 한 것이 공개돼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

고인의 유족은 유대전화에 남은 유서, 녹취파일 등을 증거로,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것으로 보이는 직장 동료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도 해당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내사를 시작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