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가 4일 열린 프로당구 드림투어(2부) 왕중왕전인 파이널에서 챔피언에 오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PBA 제공 |
“1부에서 2년간 올인해보겠다.”
선수 경력이 전무한 김태호가 프로당구 드림투어(2부) 파이널에서 우승하면서 포효했다.
김태호는 4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PBA 드림투어 파이널 결승전에서 김성민을 3-0(15:9 15:9 15:2)으로 완파했다. 김태호는 사상 처음 치러진 드림투어 파이널의 초대 우승자가 되며, 우승상금 2천만원을 거머쥐었다. 다음 시즌 1부 출전권 확보는 덤이다.
김태호는 우승 뒤 인터뷰에서 “내가 받은 역대 최대 상금이다. 더 열심히 준비해 1부에서도 8강 이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드림투어는 2~3부 통합 체제로 열렸고, 7개 정규 투어에는 매번 500~600명의 내로라하는 강호들이 출전했다. 그 가운데 시즌 랭킹 1~64위가 출전한 파이널에서 정상에 올랐으니 그의 실력을 짐작할 만하다.
공을 자유자재로 통제한 김태호(시즌 11위)는 이날 결승전에서 김성민(52위)을 강공으로 밀어붙이며 빠르게 1~3세트를 마무리했다.
김태호는 “열심히 준비했는데, 운까지 따라줬다. 어머니와 동생, 동호회 회원, 개인 후원인 등 응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열띤 목소리로 응원한 어머니는 대회 기간 아들을 위해 운전대를 잡았고, 끼니와 간식, 영양제까지 챙겼다.
김태호가 4일 열린 프로당구 드림투어(2부) 왕중왕전인 파이널에서 챔피언에 오른 뒤 준우승자 김성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
김태호는 대학교 입학하면서 큐를 처음 잡았다. 중고교 학창시절 선수로 등록한 적이 없다. 그는 “대학 들어간 뒤 당구가 좋아서 틈만 나면 쳤고, 졸업 때는 타수가 20~30점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학점이 나쁜 것도 아니다. 그는 “시험기간에 집중해서 공부했다. 대학 학점 평균이 4.3점”이라고 했다. 남과 다른 집중력과 에너지를 보여준다.
공대 졸업 뒤 취업을 한 그는 틈틈이 연습하면서 직장인당구대회(2016년)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2019년 프로당구 출범 이후에는 기술직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도 3부(챌린지)를 거쳐 2부에서 우승을 일궜고, 1부 출전권도 얻었다. 하지만 128강 관문을 통과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1부 무대는 완전히 달랐다. 경험부족으로 예선전 5번의 승부치기에서 4번을 졌다. 테이블과 공의 구름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13년 다니던 외국계 회사의 기술직 영업사원직도 포기했고, 당구 선수로 ‘제2의 인생’을 열기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다. 실제 당구에만 몰입하니 실력도 좋아졌다. 그는 “4년여 고민하다가 두달여 전에 회사를 그만뒀다. 2달여 동안 100경기를 치렀고, 그런 맹훈련으로 애버리지가 1.3에서 1.5로 올랐다”고 했다.
프로당구 선수로 인생의 방향을 바꾼 만큼, 더 치열한 싸움이 앞에 놓여 있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어려움을 감내할 각오가 돼 있다. 그는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재테크를 했다. 이제는 1부 무대에서 제대로 승부를 내야 한다. 벽은 높지만 기회는 오고 꿈은 이뤄진다. 2년간은 내 모든 것을 쏟아 올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쁜 일은 “매일 매일 당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호는 “하루에 평균 6시간 이상 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다비드 마르티네스와 1부 리그에서 만날 수도 있다”며 활짝 웃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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