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말 그대로 호구다. 호구.
토트넘은 지난 2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2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브렌트포드를 2-0으로 꺾었다.
무려 리그 8경기 만의 승리다. 토트넘은 지난해 12월 사우스햄튼전 5-0 대승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승점 3점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 4연패를 거두며 7경기에서 1무 6패에 그치고 있었다. 귀중한 승리를 거둔 토트넘은 승점 27(8승 3무 13패)로 14위가 됐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 브렌트포드의 전방 압박과 직선적인 공격에 고전했다. 전반 12분 후방 빌드업 실수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만 토트넘도 이전과 달리 경기 템포를 천천히 가져가면서 수비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 토트넘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29분 손흥민이 골문 쪽으로 강하게 코너킥을 감아 올렸고, 공은 야넬트 등에 맞은 뒤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자책골로 공식 기록되긴 했으나 손흥민의 예리한 킥이 만들어낸 골이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코너킥으로 골망을 가르며 이른바 '올림피코 골'을 터트린 바 있다.
후반 들어 브렌트포드가 더 거세게 몰아붙였다. 후반 8분 위사가 골문 앞에서 결정적 득점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슈팅이 골대를 넘어갔다. 토트넘은 라인을 높이 올리지 않고 단단한 수비를 펼치며 브렌트포드의 공세를 막아냈다.
잘 버티던 토트넘이 두 골 차로 달아났다. 후반 42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파페 사르의 앞으로 정확한 스루패스를 찔러넣었다. 이를 받은 사르는 골키퍼 다리 사이로 정확하게 슈팅을 밀어넣으며 2-0을 만들었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무실점 승리로 마무리됐다.
토트넘은 2025년 리그 첫 승리를 거두며 오랜만에 웃었지만, 무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는 우측 윙어로 선발 출전했지만, 피지컬에서 크게 밀리며 별다른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다. 기회 창출 2회를 제외하고는 슈팅 0회, 드리블 성공 0회, 크로스 성공 0회, 태클 성공 0회에 그치면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양민혁은 지난해 12월 토트넘의 요청으로 조기 합류했지만, 이후 1분도 뛰지 못했다. 5부리그 탬워스와 FA컵 경기에서는 아예 명단 제외되기도 했다. 결국 양민혁은 실전 경험을 쌓으며 영국 축구에 적응하기 위해 챔피언십(2부리그)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임대를 택했다.
QPR에 합류한 양민혁은 2일 열린 밀월전에 교체 출전하며 유럽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31분 투입된 그는 한 차례 강력한 슈팅을 터트리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날 양민혁은 약 14분간 경기장을 누비며 유효 슈팅 1회, 패스 성공률 100%(4/4), 볼 터치 9회, 리커버리 2회, 태클 1회 등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나선 실전 무대였지만, 나름 합격점을 받은 양민혁이다. 영국 'BBC'는 "벤치에서 나온 양민혁은 활발함을 보여줬다. 그가 QPR 공격에 어떤 능력을 가져올 수 있을지 엿볼 수 있었다"라며 "QPR은 후반에 동점골을 위해 밀어붙였다. 사이토 고키와 프레이, 양민혁이 들어오면서 파이널 서드에서 더 위협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런던 지역지 '런던 월드'도 양민혁에게 평점 7점을 줬다. 이는 8점을 받은 고키 다음으로 높은 점수였다. 매체는 "양민혁이 처음으로 한 행동은 상대 골키퍼를 당황하게 하는 슈팅을 골대 안으로 날리는 것이었다. 그는 흥미로운 선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늘의 게임 체인저는 아니었다"라며 이번엔 큰 활약을 하지 못했으나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라고 봤다.
사비 캄 수석코치 역시 양민혁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날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을 대신해 경기를 지휘한 그는 양민혁을 평가해 달라는 말에 "그가 있어 기쁘다. 우측면을 소화할 수 있는 옵션이다. 오늘 우리는 양민혁과 함께 측면에 에너지를 더 불어넣으려 노력했다"라고 답했다.
또한 캄 수석코치는 "후반에 양민혁을 투입하고, 그가 공격하려 노력하면서 빌드업을 3-2 체계로 바꿨다. 측면에서 2대1이나 2대2 상황을 만들어 공격하려 했다. 양민혁에게는 처음인 만큼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토트넘은 6000만 유로(약 902억 원)를 투자해 마티스 텔(바이에른 뮌헨)을 영입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양민혁도 기존 선수도 부진한 상황이 되자 결국 토트넘은 억지로 텔을 영입했다. 그는 당초와 달리 임대 형태로 합류했다.
초기 협상에서는 단순 임대 계약이 논의됐으나, 이적시장 마감일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토트넘은 완전 이적 옵션을 포함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토트넘은 4,500만 파운드(약 815억 원)에 텔을 완전 영입할 수 있으며, 이 옵션이 발동될 경우 텔은 6년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이 처음부터 텔을 손쉽게 설득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주 텔은 토트넘의 5,000만 파운드(약 906억 원) 완전 이적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텔에게 관심을 보이던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경쟁 팀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전환점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의 긴 대화였다. 텔은 감독과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눈 후 마음을 바꿨고, 이후 그의 에이전트가 런던행 전용기에 탑승한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포착되면서 영입이 성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토트넘은 "우리 구단은 텔의 다재다능한 공격력을 활용해 시즌 후반부 전력 보강을 기대하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완전 영입 가능성도 열려 있어, 프리미어리그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라고 전했다.
한편 독일 '빌트'의 기자 크리스티안 폴크는 "토트넘은 텔을 임대하기 위해 엄청난 조건을 감수했다. 단순 임대만으로 1000만 유로(약 151억 원)를 지불했다"라면서 "심지어 해당 기간 텔의 연봉도 모두 부담한다"라고 전했다.
말 그대로 호구에 가까운 계약. 폴크는 "토트넘과 뮌헨은 임대 이후 완전 이적을 강하게 희망했다. 이적 옵션은 6000만 유로(약 9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앞서 계약이 무산된 이후로 이 옵션은 선수 본인이 동의해야지만 활성화 되는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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