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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가 흔드는 美국무부…“中 대만 점령 인정할 수도” “北과 직접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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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획, 공공외교 등 요직에 논란 인사
기존 노선 배치 “中이 대만 침공해도…”
미·북 대화 지속될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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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4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의 대통령궁에서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부에도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바람이 거세다. 정부 출범 전부터 직업 외교관 수십 명이 사퇴·직무 정지 요구를 받은 데 이어 정책 기획, 공공외교를 담당하는 요직에 논란이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임명되고 있다. 거기에는 과거 “미국 이익이 없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을 용인하고, 트럼프 2기 때 미·북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 예측한 인사들도 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의 ‘국제개발처(USAID) 죽이기’와 더불어 전후 미국이 추구해 온 외교 노선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이 주도한 전후 세계 질서의 모범생이자 수혜국인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공공외교 차관 “중국의 대만 점령 인정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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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대런 비티. /X(옛 트위터)


공공외교 담당 차관에는 1기 때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연설 작성을 담당한 대런 비티가 임명될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는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이었던 에드먼드 걸리언 박사가 1965년 제기한 개념으로, 상대 나라 국민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하는 외교 방식이다. 미국의 공공외교 차관은 세계 곳곳의 반미(反美) 정서를 세련된 방식으로 누그러뜨리고, 민주주의·자유주의 이념을 전파하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 외교부도 2011년 공공외교 대사를 임명했는데 K팝이나 K푸드, 태권도 같이 한국이 갖고 있는 ‘소프트 파워’가 주요한 자원으로 활용된다.

그런데 비티는 백인 우월주의,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인사다. 2018년에도 이와 관련된 전력이 문제가 돼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해고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일을 제대로 하려면 유능한 백인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 “흑인 의원이나 정책 입안자, 단체들이 그들의 ‘위치’를 학습하고 매가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 트럼프가 선동한 1·6 의회 습격 사태 때는 이를 ‘혁명’이라 부르며 옹호하는 글을 줄줄이 올렸다가 삭제한 전력도 있다. 머리엘 보우저 워싱턴 DC 시장, 케이 콜 제임스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등 주로 흑인 여성을 향해 “매가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비판한 탓에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매가 진영에서 영향력이 큰 논객인 터커 칼슨이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고문 등은 비티가 “똑똑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호평한다.

인도·태평양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큰 대만 문제를 놓고도 비티는 기존의 고위급 외교관들과는 다른 시선을 갖고 있다. 2024년 7월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대만에서 드래그 퀸(drag queen·엔터테인먼트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사람) 퍼레이드는 줄어들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세상의 종말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아프리카·남극에 대한 대규모 양보를 하는 대가로 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만을 중국의 영토로 인정하는 대신 중국은 대만 정부의 자치권을 인정한다는, 이른바 ‘하나의 원칙’을 5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데 비티의 인식은 여기에 배치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 정책기획국장은 미·북 직접 대화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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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안톤 신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이 지난달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X(옛 트위터)


트럼프가 지난해 정책기획국장에 내정한 마이클 안톤 역시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이 자리는 이른바 ‘롱 텔레그램(long telegram)’이라 불리는 전문(電文)으로 미국의 대(對)소련 봉쇄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조지 케넌, 냉전 시대 군축 정책의 입안자였고 명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폴 니체, 외교협회(CFR) 회장을 지낸 리처드 하스,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제이크 설리번 등 미 외교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던 이들이 거쳐간 자리다. 그런데 안톤은 국무부 근무 경험이 전무할뿐더러 정통 외교 노선과는 상반되는 언행이 잦았다. 안톤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 등의 스피치라이터로 일했다.

안톤은 지난 2021년 12월 발표한 글에서 “미국이 대만을 놓고 전쟁을 벌이도록 강요할 핵심적인 국가 이익은 없다”며 대만 문제에서 손을 뗄 것을 제안했다. 2020년 ‘쥬이시 인사이더’ 보도를 보면 안톤은 트럼프가 2기 때 미·중관계에 더 집중하고 1기 때 실패로 끝난 북한과의 대화도 계속 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지만 4년 뒤 재집권에 성공했고, 안톤도 국무부 핵심 요직을 맡아 키를 쥐게 됐다. 인·태 지역에서 미국이 그동안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직접 대화할 가능성을 시사했고,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을 특사로 임명하며 북한 관련 임무를 부여했다.

안톤은 황당한 음모론도 꾸준히 제기했던 인물이다. 2020년 9월 ‘더 아메리칸 마인드’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금융인이자 진보 진영의 ‘큰 손’인 조지 소로스의 지원을 받는 민주당 당원들이 “미국을 장악하기 위한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같은 기관의 해체 또는 구조조정을 얘기해왔다. 이는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기득권 관료 집단)’ 해체 구호를 내걸고 주요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인사 비준권, 예산 편성권을 견제받지 않고 휘두르고 있는 트럼프의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국무부에 대한 트럼프의 불신은 상상 이상으로 뿌리가 깊다”며 “외부의 급진적인 인사를 수혈해 안팎으로 뒤흔들겠다는 심산”이라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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