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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정치인 체포 지시’… 헌재선 증언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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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尹 탄핵심판 5차 변론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다섯 번째 변론에 증인으로 부른 사람들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 세 명이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및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정치인 체포’ 등을 입증할 핵심 증인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정치인 체포나 국회 의결 방해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명확한 지시를 받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게 맞다”고 했다. 계엄에 관여한 군·정부 관계자들 사이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내란 의혹과 혐의, 탄핵 필요성을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왔다.

◇이진우 “尹에게 체포 지시 못 들어”

첫 증인은 이진우 전 사령관이었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해 봉쇄하고, 윤 대통령에게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듣고 이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사령관은 자신의 진술 조서와 공소장을 바탕으로 한 국회 측 질문에 “답변이 어렵다” “말씀드릴 수 없다”며 대부분 답을 거부했다. 그는 “제가 지금 (기소돼) 형사 소송과 관련돼 있고 조서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해제 후 윤 대통령에게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공소장 내용도 부인했다. 이 전 사령관은 “제3자의 이야기가 제 기억에 없는 것이 많다. 공소장에 나와 있는 내용은 제 (발언) 내용이 대부분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측 질문에는 상대적으로 적극 대답했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당시 대통령, 국방 장관에게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이 전 사령관은 “없다”고 했다. “(국회) 출동 시 대통령 등에게 의원들의 본관 출입을 막고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물음에도 “없다”고 답했다. 자신을 포함해 윤 대통령 등 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의 공소장에 담긴 핵심 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조선일보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왼쪽부터)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각각 참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뉴스1


◇여인형, ‘정치인 체포’ 의혹 답 않고 회피

두 번째 증인으로 나온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정치인 체포 지시 등 민감한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 장관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10여 명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행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김 전 장관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여 전 사령관은 “장관에게 지시받은 것이 있지만, 제가 부하들에게 이야기한 것과 부하들이 각각 지시·전파한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다만 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관련 명단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조 청장에게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체포 명단이 맞느냐”고 묻자,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명단, 검거 명단 등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이 많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나와 “윤 대통령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의 동정을 살피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 모두 윤 대통령에게서 직접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는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 두 사람만 알 수 있는데, 모두 입을 닫거나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장원 “尹, ‘싹 다 잡아들여’라고 해”

반면 셋째 증인인 홍장원 전 차장은 “(계엄 직후) 윤 대통령이 전화로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 (대통령의) 말 뜻 그대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시 통화 내용으로 보면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에게 구체적인 체포 명단을 전해 듣고 메모했다고 증언했지만, 여 전 사령관은 이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형사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국정원 대공 수사권이 없어졌으니, 방첩사령관이 방첩 수사를 도와 간첩을 싹 다 잡아들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하자, 홍 전 차장은 “제가 기억하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체포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과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편, 곽종근 전 사령관은 이날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제게 직접 비화폰으로 전화해서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두 분(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다 말씀하셨고, 작전 요원들이 철수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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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尹 “홍장원에게 전화한 건 계엄과 무관”

윤 대통령은 이날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고 내란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 의혹에 대해 “(홍 전 차장의) 메모가 작년 12월 6일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넘어가며 탄핵부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계엄 이후 홍 전 차장의 해임을 요청해 사표를 결재한 이후 한동훈 체포 등의 기사가 나왔다”며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건 계엄과 무관한 얘기였다”고 했다.

또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하는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회 봉쇄나 의결 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계엄 당시) 군, 수방사 열 몇 명 정도가 국회에 겨우 진입했다. 수천 명의 민간인이 경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국회의사당 본관에도 수백 명이 있었을 것”이라며 “상식에 근거해 본다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한 것은 내가 김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 있는 증인들을 위해 가림막을 준비했지만, 요청하는 증인은 없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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