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000억원 조달 계획이던 한화비전 인수전서 빠져
오는 11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앞두고 '발등에 불'
한화비전이 아워홈 인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워홈 인수를 추진하는 김동선 한화갤러리 부사장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아워홈 인수전'에 제동이 걸렸다.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 조달에 동원될 것으로 알려졌던 한화비전이 주주 반발을 의식해 투자 계획을 접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11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자금이 필요한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주도하는 아워홈 인수전에서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하려던 한화비전은 지난 3일 "아워홈 관련 투자 참여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는 11일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코 앞에 두고 한화비전이 이처럼 갑작스러운 결정을 한 이유는 주주들의 반발 때문이다. IT 솔루션 사업이 주력인 한화비전이 급식업체 인수를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화비전 주가는 한때 4% 넘게 급락했다.
한화비전의 투자 소식에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할 경우 한화비전이 금감원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사실상 시너지가 전무한 기업 인수에 자금 조달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은 주주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화비전은 "최근 당사의 특정 사업 참여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추측성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어 주주 여러분과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알려드린다"며 "아워홈 관련 투자 참여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힌다"고 황급히 발을 뺐다.
한화비전의 이같은 결정에 아워홈 인수를 신속하게 추진하려던 김동선 부사장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곳을 당장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차입에 나서거나 계열사가 아닌 외부에서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인수 초반부터 우려됐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금력 부족이 결국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됐다. 아워홈 지분 전체를 인수하려면 총 1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보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약 1294억원에 불과하다.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또 다른 계열사 한화갤러리아도 현금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백화점 사업 부진으로 수익성 둔화되면서 한화갤러리아의 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322억원) 대비 급감한 수치다.
이번 인수전에서 결국 자금이 문제가 되자 한화 측이 아워홈 몸값으로 1조5000억원이라는 너무 높은 베팅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기업가치는 아워홈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약 10배를 웃돈다.
한화 내부적으로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1조5000억원이라는 몸값이 과도하지 않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화 측이 기대하는 시너지가 당장 수익성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한 이후에도 수익성을 이어가려면 기존 고객사들이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있다"고 말했다.
자금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이 여전히 아워홈 매각을 반대하고 있어 이번 인수전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각에 긍정적인 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회장은 이들이 가진 지분 총 57.84%를 한화 측에 매각할 예정인 반면 차녀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씨는 회사에 대한 경영 의지가 확고한 상황이다.
문제는 매각 반대 입장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지분 소유자가 제3자에게 이를 매도하기 전에 같은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다른 형제들이 아워홈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려고 시도할 경우 구지은 전 부회장에게 같은 조건으로 먼저 살 권리가 생긴다.
한화 측은 매각에 반대하는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씨에게 동반 매각을 제안했지만 이들은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동선 부사장의 아워홈 인수가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워홈 4남매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1조5000억원이나 주고 산 아워홈이 김동선 부사장이 맡고 있는 기존 사업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아보인다"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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