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글로벌 무역 갈등이 점점 더 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 삼아 무역질서의 재편을 꾀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중국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3일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는 한달 유예).
이런 분위기는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선 좋지 않다. "글로벌 무역 갈등 격화할 경우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게 무슨 말일까.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시나리오별 경제전망을 크게 세가지로 제시했다. '시나리오1'에서 미국 대외정책 기조 변화로 지정학적 갈등(중동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조기 종식할 경우(낙관론)와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비관론)를, '시나리오2'에서 글로벌 무역갈등이 격화할 경우를 상정해 한국경제를 전망했다.
당시 한은은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면서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가장 나쁜 전망인 '시나리오2'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한은 조사국은 '1월 금통위 결정 시 한국은행의 경기 평가'라는 제목의 분석 자료를 통해 12ㆍ3 내란 사태로 깊어진 정치적 불안정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기본 경제성장 전망치를 1.9%에서 1.6~1.7%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거다. 여기에 '시나리오2'를 대입하면 경제성장률은 1.4~1.5%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한은의 기존 전망에선 지금과 같은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을, 1월 분석자료에선 미국의 관세조치와 그에 따른 각국의 보복조치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 하방효과가 예상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건데, 그래서 한은이 2월 25일 발표할 예정인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 혹은 그보다 더 낮게 전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ㆍ중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씨티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4%로, JP모건은 1.3%에서 1.2%로 내렸다.
리서치 전문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1.1%를 제시했다. 한은 측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상황을 낙관하기엔 한국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가 너무 짙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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