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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담쟁이·톱밥서 건진 ‘글쟁이 미술가’의 통찰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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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지음|현대문학|300쪽|1만6800원

“하루 한 번 들르는 손님처럼 주인이 잠깐 다녀가고 나면 진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하릴없이 0을 가리키는 눈금을 가지고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저울의 일이었다.”

정년 이후,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던 작가는 고장 난 오래된 저울을 새 저울로 바꾸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지금은 세상에서 물러설 시간, 내 삶에서 덜어낼 것과 채워 넣을 것을 가려내는 법을 저울에게서 배워야 할 시간이다.”

글쟁이 미술가 안규철의 세 번째 에세이집이다. 본업인 미술뿐 아니라 문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작업해 온 그의 일과 공부, 사람과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가 57편의 스케치와 함께 담겼다. ‘사물의 통역자’란 별명답게 평범한 사물에서 건져 올린 통찰과 담백한 글솜씨가 일품이다. “한결같은 자세로 미지의 영역을 향해 한 잎 한 잎 나아가는” 담쟁이의 생존법에서 예술가의 일을 떠올리고, 나무를 켜서 책상을 만들 때 톱날 두께만큼의 톱밥이 버려지는 것처럼 “우리도 어른이 되기 위해서, 인정받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나의 일부를 내게서 떼어내 무언가의 ‘톱밥’으로 내주었던 것”이라고 깨닫는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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