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건수는 보조배터리 1위… 전자담배, 스마트폰도 많아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 설치된 부치는 짐(위탁수하물) 탁송 금지물품 안내판에 휴대폰 보조배터리 등이 표시돼 있다./사진=뉴스1 |
[파이낸셜뉴스] 지난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를 두고 '보조배터리'나 전자 장비의 '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보조배터리는 물론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자기기 전반에 대해 기내 안전 수칙을 점검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충남대 김종훈 전자공학과 교수는 31일 "리튬 계열 배터리가 화재나 폭발을 일으키는 경우는 여러 가지"라며 "완충 상태였거나, 충격이 가해졌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좌석 위 선반에 넣게 되면 눌리거나 충격이 가해질 수 있어 화재 발생 가능성도 크다"며 "이를 막기 위해 선반 대신 의자 아래나 좌석 앞주머니에 넣는 게 좋다. 충격을 막을 수도 있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증가하는 리튬 배터리 화재
16일(현지시간)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이 공개한 기내 리튬 배터리 사고 건수./사진=미 연방항공청 홈페이지 |
비행기 안에서 리튬 배터리 화재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매주 업데이트하고 있는 미국 항공편의 리튬 배터리 화재 데이터에는 이 같은 추세가 잘 정리돼 있다. FAA는 2006년 3월부터 기내에서 발생하는 리튬 배터리 사고 건수를 집계해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관련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 16일 현재(현지시간)까지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나 발열 등의 사고가 발생한 건수는 388% 증가했다. 현재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발생하고 있다.
안전연구 관련 비영리 단체인 UL Standards & Engagement(ULSE)도 "비행기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가 가열돼 안전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배터리는 노트북, 태블릿, 휴대전화와 같은 충전식 기기에서 발견되며 열 폭주(과열 상태)로 인해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주로 해당 품목이 손상됐거나 불량품인 경우, 부적절한 방식으로 충전했을 때 발생한다"고 전했다.
리튬 배터리 사고가 늘어나면서 승객부터 항공기 승무원까지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ULSE가 800명 이상의 승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87%는 비행기의 리튬 배터리 위험을 우려했다. 또 3분의 1 이상은 항공사가 승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리튬 배터리가 뭔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보조배터리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리튬폴리머 배터리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지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하가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전해질이 액체 상태인 배터리를 말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하는 이유는 배터리 셀의 개수를 조정해 용량과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어서다.
제조공정은 간편하고 단순해 가격까지 저렴하다. 문제는 밀봉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다. 전해액이 새면서 보조배터리가 폭발할 수도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로 돼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젤과 같은 폴리머 형태의 전해질이라 전지가 손상되더라도 전해질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따라서 발화나 폭발 우려가 거의 없어 안전한 데다 에너지 효율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높고 무게도 더 가볍다. 단점이라면 제조공정이 복잡해 가격대가 높다는 점이다.
이런 특성들을 감안해 보조배터리는 물론 휴대전화나 노트북, 전자 담배 등에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의 대부분은 리튬이온 배터리다.
FAA 데이터에도 리튬 배터리를 사용한 전자기기에서 화재가 골고루 발생했다. 2006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기내에서 발생한 리튬 배터리 화재 사고 중 보조배터리가 2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자담배(124건), 스마트폰(84건)이 뒤를 이었다. 기타 전자장치와 노트북에 내장된 리튬 배터리 화재도 각각 75건, 71건이었다.
제조사·항공사·승객 모두의 노력 필요할 때
Av삭스의 리튬 배터리 열 격리 가방. /사진=Av삭스 유튜브 |
전자기기가 필수인 시대에 사고를 막겠다며 무조건 기내 반입을 금지하는 건 불가능해진 만큼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승객과 항공사 모두가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은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력은 높이고 불량률은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용자들도 배터리에 충격이 전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FAA의 위험 물질 안전을 감독하는 벤 섭코도 "승객들은 배터리 화재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비행 중 승객들은 자신의 기기를 수시로 체크하고 발열이나 변색, 부풀어 오르는 걸 발견하면 즉시 승무원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가 배터리 관련 안전 매뉴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종훈 교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승객이 선반 대신 직접 소지하도록 항공사 직원들이 안내하는 게 좋다"며 "또 배터리는 화재가 났을 때 물이나 소화기로는 불을 끌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맞는 소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전 세계 100개 이상 항공사에서 운항하는 항공기에는 미국의 Av삭스가 개발한 열 격리 가방 1만7000개가 탑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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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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