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반기'는 언제나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다. 매년 1월 초에 론칭한 '신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유일한 라이벌인 애플이 하반기에 신작을 내놨으니, 사실상 경쟁자도 없었다.
# 그런데 올 상반기의 분위기는 다르다. 애플이 가성비 모델을 출시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데다, 샤오미도 몸을 풀고 있다. 올 상반기, 의도치 않게 '3파전'이 벌어질지 모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5를 공개했다.[사진 | 삼성전자 제공] |
상반기의 삼성전자, 하반기의 애플. 스마트폰 업계에서 통용되는 문구 중 하나다. 두 기업은 수년간 해당 시기에 주력 신제품을 론칭해 왔는데, 그때마다 시장점유율이 요동쳤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는 1월, 애플은 9월에 플래그십 신제품인 갤럭시S24, 아이폰16을 각각 출시했다.
올해도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상반기 중에 출시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갤럭시 언팩 2025'를 열고 새 스마트폰 '갤럭시S25'를 공개했다. 24일부터 사전판매를 시작했고 2월 7일에 정식으로 출시한다.
그중 최고 사양 모델인 갤럭시S25 울트라를 살펴보자. 이 모델은 램·저장공간 기준으로 12GB·256 GB, 16GB· 512GB, 16GB·1TB(테라바이트·1024GB) 등 3가지 종류를 출시한다. 무선충전 속도는 전작 15W에서 25W로 끌어올렸고, 배터리 완충 시간도 2시간(이하 5000mAh 기준)에서 1시간으로 단축했다.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전자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S25 시리즈가 모바일 AI에 최적화한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AI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며 "이제 사용자는 AI와 함께 일상에서 더욱 쉽고 자연스러운 개인화 모바일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삼성전자 AI 기술을 통해 검색·번역·통역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 부분은 '스마트폰 뜻밖의 3파전' 1편에서 자세히 다뤘다.]
■ 하반기 애플의 변심 = 그런데, 올해는 '상반기 삼성전자'란 공식이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 애플이 상반기 중에 신제품을 출시할 거란 소문이 돌고 있어서다. '애플 전문 분석가'로 유명한 마크 거먼 블룸버그 기자는 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SE 모델을 개발 중"이라면서 "계획대로라면 4월께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폰SE는 가격이 60만원대인 애플의 가성비 라인업인데, 마지막 제품은 2022년 3월 출시한 아이폰SE3다. 애플이 3년 만에 새 가성비 모델을 선보이는 셈이다.
사진은 애플의 아이폰SE4 예상 이미지.[사진 | 폰아레나 제공] |
관건은 애플이 아이폰SE4가 계획대로 출시했을 때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느냐다. 이는 전작인 아이폰SE의 실적을 통해 어림잡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각각 77.0%, 21.0%로 삼성전자가 56.0%포인트 더 높았다.
전년 동기 두 기업(삼성전자 71.0%·애플 17.0%)의 점유율 격차(54.0%포인트)와 별 차이가 없다. 아이폰SE3가 삼성전자가 긴장해야 할 정도의 인기를 끌지 못했단 얘기다.
그렇다고 아이폰SE4가 삼성전자의 '대항마'로 떠오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이번 모델이 아이폰SE3의 단점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화면이 넓어졌다. 아이폰SE3은 4.7인치의 비교적 작은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는데, 이번 아이폰SE4는 6인치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 OLED 화면, 페이스 ID, 8GB 램 등 다른 성능도 애플스럽게 끌어올렸다.
■ 또다른 변수 샤오미 = '상반기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변수는 또 있다. 중국 기업 샤오미다. 지난 6일 '샤오미코리아'를 설립한 샤오미는 '현지화 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지난 15일에 기자 간담회를 통해 국내 출시할 새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기존엔 쿠팡 같은 쇼핑몰이나 이동통신사를 통해 제품을 위탁 판매했는데, 올해부턴 공식 샤오미 매장에서도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샤오미는 간담회 후 온라인몰을 통해 지난해 9월 출시한 프리미엄 라인업 '샤오미14T'의 판매도 시작했다. 이 모델은 프리미엄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의 광학 렌즈를 탑재하고, 구글의 인공지능(AI) 서비스 '제미나이'를 채택하는 등 준수한 성능으로 주목받았다. 중급형 라인업 '레드미노트14'도 22일 론칭했다. 방수·방진 최고 등급 IP68, 2억 화소 카메라, 최대 30배 줌 등 높은 수준의 기능으로 무장했다.
샤오미가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
현재 샤오미가 힘을 쓰고 있는 부분은 오프라인 매장이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려면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매장이 필수라서다. 샤오미 관계자는 "현재 오프라인 매장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향후 체험 행사 등을 통해 샤오미 브랜드 인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샤오미가 당장 성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국내 시장의 99.0%를 점유하고 있어서다(2024년 3분기 기준). 그럼에도 '상반기'를 주도해온 삼성전자로선 작은 변수까지 통제할 필요가 있다. 애플과 샤오미의 참전으로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뜻밖의 3파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건 작지만 예민한 변수다. 올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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