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간 장기’ 권위자 김진회 전 건국대 교수
국내 최초 복제돼지···글로벌 특허 다수 획득
정부 지원으로 연구 이어갔지만 자금난 봉착
무균실에 수십억 비용···투자 없인 연구 중단
국내 최초 복제돼지···글로벌 특허 다수 획득
정부 지원으로 연구 이어갔지만 자금난 봉착
무균실에 수십억 비용···투자 없인 연구 중단
김진회 전 건국대 교수가 KIT에 맡겨서 사육중인 무균돼지들. |
현재 전라북도 정읍에 위치한 국가기관 안정성평가연구소(KIT)는 유전자가 편집된 무균돼지 10마리를 보관 중이다. 하지만 연구자는 연간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유지 비용을 2년째 내지 못했다. 그간 KIT는 연구자 사정을 봐줘왔지만 사육비를 마련하지 못한 연구진은 2월 돼지들을 살처분할 예정이다.
유전자 편집 돼지는 인간 장기이식용은 물론 다양한 인간 질환을 연구, 개발하는 ‘균이 없는 돼지’다. 무게가 60kg 정도에 불과해 ‘미니어처피그’로도 불린다. 돼지 장기는 생리현상과 구조가 사람 장기와 80~90% 비슷하고, 치명적인 전염병을 전파할 가능성도 작아 연구가 활발하다.
무균돼지를 활용해 이종장기와 인간유래장기 생산을 연구해온 학자는 김진회 전 건국대 융합과학기술원(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다.
그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이종간 장기 부문 최고 석학이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 HCR)’에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는 최근 10년 간 22개 연구 분야에서 피인용 세계 상위 1%의 우수 논문을 쓴 ‘우수 연구자(HCR)’를 선정한다. 해당 연구자는 전 세계 총 연구자의 0.1% 수준에 해당한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02년 국내 최초 복제돼지를 만든데 이어, 이종간 장기이식 이후 24시간 이내 나타나는 ‘초급성 이식거부 반응’을 제어한 ‘지노(Gal-T knockout pig)’를 생산했다. 또 이식 후 몇 주내 나타나는 ‘급성 반응’을 제어한 돼지(CMAH knoukout)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기도 했다.
무균돼지들을 키우는데 국가자금 187억원 가량 들였다. 무균돼지를 살처분하면 다시 키우는데 수십억원의 돈이 필요하다. |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균돼지 생산하기 위해 들어간 나랏돈이 187억원이 넘는다. 바이오그린 연구자금 30억원, 우장춘프로젝트 50억원, 선도연구센터(SRC) 87억원, 에이펙(APEC) 연구센터 20억원 등이다.
김 전 교수는 지난해 8월 정년퇴직할 때까지 무균돼지를 키우며 다양한 연구에 매진했다. 그의 강점인 면역거부 반응을 극복한 이종장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향후 장기는 더 필요해지는데 장기 기증은 부족한 현실에서 이종장기 시장이 커질 것을 염두에 두고서다.
또한 이종장기가 아닌 인간유래 장기 이식 모델을 개발했다. 돼지 장기를 이식하는 게 아니라 인간 유전자를 주입해 인간 장기를 돼지에서 만들어내는 식이다. 김 전 교수는 “인간 세포치료제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까지 연구 중이었다”며 “인간환자를 대신하는 아바타질환모델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김 전 교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복제 시장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탄탄한 자금이,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임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반면 김 전 교수가 주도하는 한국은 기술에서 앞섰다. 미국과 중국이 김 전 교수의 연구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실제 하버드 메디컬스쿨은 물론 예일대, 미저리대 등에서도 공동 연구를 제안해 올 정도였다.
김진회 전 건국대 융합과학기술원(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 HCR)’에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
문제는 자금난이다. 김 전 교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은 무균실(gnotobiotic facility)이다. 하지만 무균실을 포함한 연구실을 짓는데 200억원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연구 성과를 입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설에도 50억원 가까이 투자해야 한다. KIT나 생명공학연구, 국립축산과학원 등도 완전 무균이 아닌, 특정균 7개가 없는 동물(SPF)을 키울 수 있는 정도의 시설만 갖췄다.
의정부시가 미군 군부지(캠프카일)를 활용하도록 민간기업과는 처음으로 ‘바이오르간 솔루션’과 협약을 맺었지만, 김 전 교수는 자금이 없어 더 이상의 연구를 멈춘 상태다. 특히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근은 김 전 교수에게 뼈아픈 상황이 되고 있다. 그는 연 1억원이 넘는 특허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그간 이어온 특허마저 잃을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무균돼지를 살처분한다면 다시 키우는데 수십억원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전 교수 설명이다.
김 전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앞서 나가는데 한국에서 나랏돈을 들여 20년 이상 일궈낸 성과를 묻어버리기가 마음이 아프다”며 “”스타트업의 최대 주주가 될 필요도 없고 연구만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니어쳐피그만 잘 생산해도 매출을 일으킬 수 있어요. 더 나아가 인간장기를 생산할 수 있는 돼지가 성공한다면 그 가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겁니다. 지금 연구를 멈추기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국가연구기관이든, 민간 바이오회사든, 투자사든 누구라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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