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끌어내" 부인하는 윤석열·김용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與 대선후보는 김문수 장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당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야권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주장에 실소하며 '국회요권' 챌린지로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이번 주 정치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그동안 나온 증언과 상반되는 발언을 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비꼬았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바이든=날리면 2'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여론조사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 보수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여 보수정당은 물론 야권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더불어 개혁신당은 당 주도권을 놓고 이전투구 양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가 아니라 요원'이었다는 주장에 이를 비꼬는 '국회요원'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정청래·한준호·최민희·장경태 의원 SNS 갈무리 |
◆"의원 아니라 요원"…민주당, 김용현 발언에 '요원 챌린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번엔 '국회요원' 인증 릴레이가 유행하고 있다던데.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원 150명 안 되도록 막아라", "빨리 의사당 문 열고 들어가 의원들을 데리고 나와라" 등의 지시를 받았다고 했던 거 기억나지. 23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김 전 장관이 출석했는데 이를 부인하더라고.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 의사당 문 열고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라고 실제로 말한 사실이 있냐'는 윤 대통령 측 증인 신문에 김 전 장관은 "없다"고 답했어. '국회 상황이 혼잡하다는 보고를 받고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건 아닌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말했지. 의원이 아니라 요원이라고 말한 것을 곽 전 사령관이 잘못 알아들었다는 취지지.
-민주당에선 이같은 황당한 주장에 비판이 쏟아냈어.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김 전 장관의 '요원' 주장이 제2의 '바이든-날리면'에 해당한다고 직격했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선글라스를 낀 자신의 사진에 '은평갑 국회의원 박주민', 이재정 의원은 '국회요원증'을 올렸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국회의원 배지에 '요원'이라는 글자를 합성한 사진도 화제되고 있다. /박주민·이재정 의원 SNS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민주당 의원들은 김 전 장관의 황당 주장을 비꼬면서 '요원' 챌린지를 하고 있어. 박지원 의원은 24일 SNS에 "국회요원 박지원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더라고. 그는 "손바닥 왕자로 이미 입증된 '왕 법꾸라지' 윤석열과 김용현의 말맞추기는 지적 수준을 의심케 하는 저질 코미디"라고 말하기도 했어.
-김용만 의원도 SNS에 자신을 '국회요원 김용만'이라고 표현했더라고. 김용민 의원은 "국회요원 아님"이라는 글을 올렸고, 박주민 의원은 '은평갑 국회요원 박주민'이라는 글자와 함께 선글라스를 낀 사진을 게시했더라. "이제 국회의원 아닌 국회요원으로 불러요"(한정애 의원), "저는 국회요원 민형배입니다"(민형배 의원), "저는 오늘부터 국회요원입니다"(임미애 의원) 등 다양한 글이 올라왔어. 이재정 의원은 '국회요원증'이라는 이미지를 제작해서 올리기도 했지.
-민주당의 나름 재치있는 대응 같기도 하네.
-온라인에서도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나름의 변론 방법을 강구한 것이긴 하겠지만 황당하다는 반응이 다수야. 누리꾼들도 '장난하냐', '국민을 바보로 아냐'고 비판하더라. 국회의원 배지에 '요원'이라는 글자를 합성한 사진도 돌아다니더라고. 헌법재판소 남은 변론에선 이런 이색 주장이 계속 나오지 않을지 우려되기도 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김 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 한 증언이 큰 화제가 되고 있어.
-김 전 장관 입장에서는 의사전달에 오해가 있었다는 취지의 변론이었지만 이를 두고 끼워맞추기 식 거짓말이 아니냐는 의심이 많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CP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군인들이 아마 요원일텐데. 요원이 요원을 끌어내는 거면 자기가 자기 목덜미 잡고 나가야 되는 것"이라며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어.
-이번 변론기일에서는 이 발언 외에 포고령에 관련한 신문 내용도 주목받았지?
-윤 대통령이 직접 신문에 나서 김 전 장관에게 "12월 1일 또는 2일 밤 장관이 관저에 포고령을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포고령이 법적으로 검토할 게 많았지만, 집행 가능성이 없으니 놔두자고 웃으며 말했던 상황이 기억나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이 "기억난다"고 대답한 장면이야.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조치를 검토하면서, 그것도 '처단한다'는 극단적인 표현이 담긴 포고령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으며 말했다'니 소름이 끼친다는 반응이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들이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대권주자 다크호스 부상 김문수…"신기루" vs "지지층 마음 불 지펴"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조기 대선'을 가정한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나오더라.
-맞아. 특히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건 '조기 대선이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질 경우 누구에게 투표할지'야. 오래전부터 여권 야권 할 것 없이 예상가는 대권주자들이 거론되곤 했었는데, 최근 의외의 인물이 새롭게 떠올랐어. 바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야.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의 이름이 조금씩 거론되더니 지금은 아예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넘겨버린 거야.
-정확히 어느 정도야?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장관의 선호도가 11%로 집계됐어. 야권의 독보적인 단일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1%)의 뒤를 바짝 쫓고 있어. 흔히들 여권 대권주자하면 떠올리는 한동훈 전 당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을 앞선 수치야.
-김 장관 지지율 상승세의 원인이 뭐야?
-확실하고 강력한 보수 인사를 찾던 강성 지지층들이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와. 윤 대통령처럼 외부에서 갑자기 부상한 인사가 아니라 국회의원, 도지사 등 탄탄하게 정치의 길을 걸어온 점도 보수 유권자들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거지. 특히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국회에 출석한 국무위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할 때 야권의 질타에도 꿋꿋이 자리에 앉아 있던 모습이 보수 지지층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어.
-김 장관 지지율이 혹시 모를 조기 대선까지 이어질 거라고 봐?
-처음에는 일시적인 지지율인 줄 알았는데 최근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면 반짝했다가 사라질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 강성 보수라는 이미지가 강한 김 장관이 얼마나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렸다는 시각이 있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아서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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