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조선일보 미술축제 참가한 홍정임
같은 해 서부지법 전시회 개최하고 작품 철수
2022년 10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홍정임 작가 미술전시회 팸플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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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9일 새벽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했다. 이날 폭동 이후 온라인 상에는 서부지법을 '간첩 소굴', '빨갱이 집단'이라 규정하며 확인되지 않은 영상과 게시물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느닷없이 한 화가의 작품이 소환됐다.
서부지법 난입사태 다음 날인 지난 20일부터 온라인과 유튜브 등엔 현재 서부지법 복도에 걸려 있다는 설명과 함께 그림들이 올라왔다.
보수 유튜버들은 작가의 그림을 해석하며 서부지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유튜버는 "고귀한 법을 다루는 곳에서 말도 안 되는 기괴한 것"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그림에 대한 의혹과 비판은 현재까지도 올라오고 있다.
"법원에 있을 수 없는 그림이다. 저런 그림을 계속 보는 사람의 심리가 걱정될 정도"라거나 "서부지법의 저 그림만 봐도 저들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그림에 그들의 사악한 의도를 느끼게 된다"는 평가는 그나마 양반 수준이었다.
보수 유튜버들이 서부지법에 걸린 그림이라는 내용으로 소개한 유튜브. /사진=유튜브 캡처 |
① 어떤 작가의, 어떤 그림이길래
콘텐츠 생산자들이 지목한 그림은 홍정임 작가의 작품이다.
지난 2022년 조선일보 주최로 열린 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ASYAAF)에 참가했을 당시 홍 작가는 행사 홈페이지에 "다양한 사회적 가면을 통해 본질적 자아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일련의 페르소나를 매개해 인간 형상에 관한 좌절과 동시에 근본적인 회귀를 시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작업은 기교와 기법보다 유화 자체를 덧바르듯 얇게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한다. 홍 작가는 이를 "천천히 시간을 쌓아 올리고 생각을 쌓아 올려 만든다"고 표현했다.
온라인에서 지목된 서부지법의 그림들은 지난 2022년 10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빈 공간에 병치되어 있는 각각의 형상들'을 주제로 전시됐다. 당시 홍 작가의 신·구 작품 19점이 걸렸다.
전시공간은 서부지법 4층 서부공간갤러리다. 서부지법이 작가부터 시민들까지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② 사탄 숭배다? 작가의 말은..
이 같은 논란에 홍 작가의 생각을 묻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변 대신 자신의 입장을 SNS에 올렸다. 작품이 온라인상에서 왜곡된 상태로 회자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내용의 핵심이었다.
그는 "과거 2022년 서부지방법원에 전시한 작품과 다른 작품들을 교묘하게 짜집기해 사탄숭배라는 허위사실이 인터넷과 유튜브 등에 확산되고 있다"며 "저는 페르소나(사회적 가면)를 매개해 본질적 자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코 사탄숭배와 저주, 정치나 종교와 무관한 작품을 하고 있다. 허위글 올린 분에게 왜곡된 사실에 대한 정정 요구 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부지법에 전시된 그림에만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이 붙여진 건 아니다. 서부지법에 전시되지 않은 작품까지 같은 공간에 전시됐다며 '문제적' 작품으로 지목됐다. 홍 작가가 '교묘하게 짜깁기 해 올렸다'고 설명한 이유다.
해당 작품은 단테의 신곡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해 구성한 '희곡'이다. 지난 2023년 3월 16~28일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갤러리에서 '느슨한 이미지의 연대'를 주제로 열린 전시장에 걸렸다. 세로로 길다보니 작품은 벽에서 시작돼 바닥으로 깔리듯 전시됐다.
서부지법에 전시된 그림들과 비교해 보면 전시장 바닥재 등이 다르다.
③ 이 작품들이 서부지법 복도에 있다? "X"...2022년 전시 이후 철수
홍 작가의 작품이 서부지법에 걸려있다는 온라인 주장과 달리 현재 해당 공간에 가면 홍 작가의 작품은 만날 수 없다. 그 자리엔 지난 20일부터 3월 12일까지 7주간 김신옥 작가의 '흐름과 머무름'이 열린다.
이 장소는 서부지법이 지난 2015년 7월 본관 내 3, 4층 법정 복도를 갤러리로 꾸민 곳이다.
소송 관계인이나 시민, 법원 가족들이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여기에 평소 전시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작가와 학생·시민들에게 무료로 작품 전시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갤러리를 열게 된 이유가 됐다. 공간에는 '서부공간'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보통 2주 정도 전시하고 길 게는 한 달간 전시한다"며 "이런 논란이 불거진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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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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