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커제 9단이 항의하고 있다. /바둑TV 캡처 |
커제(28) 9단이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변상일(28) 9단과의 최종국에 159수 흑 기권패했다.
커제가 2국과 마찬가지로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위반으로 자멸했다. 지난 22일 결승 2국에서 두 차례 규정을 위반해 반칙패를 받은 커제로서는 나와선 안 될 황당한 실수가 또 나온 것.
경고를 받은 커제는 강력하게 항의하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심판이 중요한 국면에 경기에 개입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변상일의 시간을 심판이 벌어줬다. 더 이상 이 상태로는 경기를 하지 못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 측은 재경기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한국기원 측은 논의 끝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기를 포기한 커제에게 기권패 판정을 내렸다. 심판은 “벌점 사유에 대해 이야기했으나 커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국을 포기했고, 변상일 9단의 기권승을 선언한다”고 했다.
23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3번기 제3국에서 변상일(왼쪽) 9단과 커제 9단이 대국을 하고 있다. 이날 변상일 9단이 기권승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기원 |
이날 흑을 잡은 커제는 좌변 전투 과정에서 실수(흑 47수)를 저질러 순식간에 형세가 기울었다. 흑이 범한 착각이 결정적이었다. 커제는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더니, 냉정하지 못한 선택을 하면서 결정적 오판(誤判)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다.
불리해진 커제는 우변에서 실낱같은 역전 기회를 노리면서 패싸움을 벌였다. 그러던 중 커제는 사석을 바둑통 뚜껑에 보관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실수를 또 범했다. 흑 147수와 155수에서 각각 백 1돌을 따낸 커제는 또 사석 규정을 어겼다. 돌 하나는 초시계 옆에, 돌 하나는 바둑통 옆에 뒀다. 이후 실수를 알아차린 커제가 다시 돌을 주워 사석통 안에 집어넣었지만, 심판은 직후 커제에게 규정 위반에 따른 경고와 벌점 2집을 알렸다.
문제가 된 규정은 ‘사석은 반드시 통의 뚜껑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 11월 한국기원에서 선수들이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를 소홀히 하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도입된 조항인데, 이를 위반하면 심판은 경고를 선언하고 벌점 2집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변 9단으로선 커제에게 2연승을 거두며 역전 우승을 했지만 2국 반칙승, 3국 기권승을 거둔 우승이라 찝찝한 뒷맛이 남았다.
변상일은 이 대회 우승으로 LG배 첫 우승, 2023년 제14회 춘란배 이후 개인 두 번째 메이저 세계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LG배 우승으로 한국은 지난해 신진서 9단에 이어 2연패(連覇)에도 성공했다. 역대 LG배 국가별 우승 횟수는 한국이 14회가 되며 가장 많고 중국 12회, 일본 2회, 대만 1회로 뒤따르고 있다.
2020년 11월 삼성화재배 우승이 마지막 우승이었던 커제는 이번 LG배에서 통산 9차례 세계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렸지만 또다시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게 됐다.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LG가 후원하는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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