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EPA 연합뉴스 |
“그녀는 미국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선거 캠페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가장 먼저 백악관 비서실장에 자신의 참모인 수지 와일스(67)를 임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20일 47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가운데, 와일스는 현재 워싱턴 DC에서 가장 주목 받는 참모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의 ‘게이트 키퍼’로 정무·정책 등에 있어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위상에도 좀처럼 본인을 드러내지 않는 품성이 그의 이름값을 더 드높이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의 두 딸인 케이티와 캐롤라인이 모친의 승승장구와 더불어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와일스의 두 딸 모두 정치·공공 서비스 분야와 공화당 진영에서 경력을 쌓은 로비스트다. 지난해 11월 8일 와일스의 비서실장 지명 소식이 전해진 뒤 로비회사 ‘콘티넨털 스트래티지’는 케이티의 승진 소식을 발표했다. 사측은 케이티를 워싱턴 DC 사무소의 디렉터로 승진시키며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 기세를 바탕으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케이티는 2021~2023년 플로리다주(州) 잭슨빌 시장실에서 홍보 책임자로 일했다. 플로리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워싱턴 DC 진출 첫해인 2021년에는 매출이 10만5000달러에 불과했지만, 트럼프 2기 출범 기대감이 반영된 지난해에는 매출이 81만9000달러(첫 3분기 기준)로 수직 상승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오른쪽)과 두 딸 케이티·캐롤라인 와일스. /X(옛 트위터) |
트럼프 취임 직전인 지난 15일에는 역시 플로리다 기반의 ‘루빈, 턴불 앤 어소시에이츠’가 워싱턴 DC 사무소 개설 소식과 함께 와일스의 또 다른 딸인 캐롤라인을 연방 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사측은 “캐롤라인이 여러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고객들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최고의 조언과 지침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회사에 아주 잘 맞는 인재”라고 했다. 캐롤라인은 2017년 트럼프 1기 때 백악관에서 대통령 보좌·일정 담당으로 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보안수사국(FBI) 신원 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오래 일하지는 못했다. 이후 주 단위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며 정치 컨설턴트이자 로비스트로 경험을 쌓았다.
흥미로운 건 트럼프 2기 실세인 와일스의 두 딸의 성공 가도에 트럼프 측 인사들도 거들고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와일스와 함께 트럼프 선거 캠프를 총괄한 크리스 라시비타는 캐롤라인에 대해 “그녀의 직업 윤리와 헌신이 워싱턴 DC라는 복잡한 세계를 헤쳐나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케이티에 대해서는 한때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도 거론됐던 바이런 도널즈 공화당 하원의원이 “케이티는 오랜 기간 워싱턴 DC와 플로리다 지도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콘티넨털이 그녀를 영입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도널즈는 지난 20일 트럼프가 2만여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 앞에서 추켜세워 공을 치하했던 인사기도 하다. 워싱턴의 한 로펌 변호사는 “이제 두 사람은 돈을 벌 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와일스는 남편 레니 와일스와는 32년을 살고 이혼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
이런 가운데 트럼프도 전관 출신 로비스트들에게 우호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70여 개 행정명령을 철회(rescind)했는데, 거기에는 고위 행정부 관료의 로비 업계 진출에 유예를 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만 하더라도 워싱턴 DC의 기득권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며 이를 캠페인 동력으로 삼았고, 이른바 ‘회전문 인사(revolving door)’라 불리는 전관 출신들의 로비 업계 진출에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기류가 변화했다는 평가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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