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3분기 실적이 적자가 아닌 기업은 금호석유화학뿐이었다. 금호석유화학이 석유화학 업계 침체 속에서도 흑자를 낸 배경으로는 주력 상품인 합성고무가 꼽힌다. 합성고무 고부가가치 제품 덕에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평가다. 국내 최초로 합성고무를 생산하기 시작한 금호석유화학은 이제 합성고무의 미래 경쟁력을 생각하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
◆국내 합성고무 시장서 명실상부한 선두주자
금호석유화학은 1970년 설립돼 1973년부터 우리나라 최초로 합성고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합성고무 생산 능력은 세계 최대 규모다.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독립경영을 시작했다. 3년 만인 2012년 경영 정상화를 이룬 뒤 2013년 역대 최고 재무건전성을 획득한 뒤로는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2016년에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완료하고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현재와 같이 출범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금호석유화학그룹 매출은 여전히 합성고무 비중(34%)이 크다. 금호석유화학 매출만 놓고 봐도 합성고무와 합성수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합성고무 제품은 크게 액상고무와 고형고무로 나뉜다. 액상고무 대표 제품인 NB라텍스는 의료용 등 각종 라텍스 장갑으로 제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마스크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장갑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수출량도 급증했었다.
그러나 전통적 주력 제품은 고형고무로, 그중에서도 타이어용 합성고무 제품에 집중해 왔다. 타이어용 합성고무는 BR(Butadiene Rubber)로 시작해 SBR(Styrene Butadiene Rubber)로 발전했다. 현재 일반 타이어에 두루 쓰이는 소재로, 타이어 제조사는 여러 합성고무 제품을 배합해 자사 타이어를 만든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합성고무 생산량은 국내에서는 최대이며 세계적으로도 5위 안에 꼽힐 만큼 상위권에 속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SSBR
이제는 범용이 된 SBR에서 나아가 차세대 합성고무로 꼽히는 SSBR(Solution Styrene Butadiene Rubber) 개발·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SSBR은 일반 타이어보다 기능이 향상된 고성능 타이어에 현재 집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타이어 제조 시에는 ‘마의 삼각형’이라 불리는 모순적 상관관계를 갖는 3요소가 있다. △제동 △마모 △연비로 주행거리 상승과 직결되는 연비가 상승하면 제동거리도 증가하게 돼 안전성이 저하되며 특히 젖은 노면에서 접지력이 취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동력을 향상시키면 마찰이 증가해 회전 저항이 높아지고 타이어 마모 역시 심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SSBR은 자동차 연비와 직결되는 회전저항력과 젖은 노면에서의 접지력을 장점으로 한다. 실리카란 SSBR 제조에 쓰이는 규소 산화물로, 일반 타이어에 쓰이는 카본블랙보다 접지력 등이 우수하나 재료비가 높고 배합 공정률이 늘어 고성능 타이어 위주로 사용되는 소재다.
현재로서 SSBR은 타이어의 모순적 3요소를 해결할 대안으로 가장 손꼽힌다. SSBR 제조에 쓰이는 실리카 소재가 주행 중 노면과의 열 이력을 최소화시켜 연비와 마모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면서도 젖은 노면과의 저항력이 우수해 안전성도 향상시킨다.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최근 개발된 고기능성 SSBR은 기존 합성고무 타이어 대비 최대 45% 회전저항력을 감소시켜 연비를 10% 절감시키면서 노면 접지력을 향상시켰다.
특히 SSBR은 앞으로 커질 전기차 시장에서 더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배터리 무게 등으로 차체 하중 자체가 크고, 동력 특성상 가속과 감속이 즉각적으로 발생한다. 노면과 마찰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내연기관 차량 대비 전기차 타이어 수명이 3분의 2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체 경량화가 숙제일 수밖에 없는 전기차 업계에서 타이어 경량화 역시 미래 시장에 대비한 연구 과제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2023년 기준 SSBR 시장 가치는 약 38억달러(약 5조4600억원)로 추정되며 2030년이면 약 58억달러(약 8조3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SSBR 제품이 기능적으로 뛰어나고 부가가치가 있어서 범용 SBR 제품보다 가격 프리미엄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SSBR 특성이 더 잘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 보며 SSBR 수요도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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