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이 연일 출렁이고 있다. 1월 20일(현지시간) 돛을 올린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한 기대와 우려가 복잡하게 얽히면서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역시 가격이다. 가상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 가격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을 앞두고 밈코인을 발행했다.[사진|뉴시스] |
■ 빛: 상승세 = 먼저 상승세의 기록을 살펴보자. 올해 들어 1억4000만원대에서 횡보세를 이어가던 비트코인 가격은 17일 갑작스러운 상승세로 돌아섰다.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6일 1억4447만원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17일 1억5239만4000원으로 5.4% 올랐고, 다음날에도 1억5526만40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19일엔 1억5875만1000원으로 더 치솟으며 2024년 12월 17일(1억5699만2000원) 기록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비트코인은 20일 오후 3시께부터 다시 오름세를 기록하더니 4시 무렵엔 1억6346만원까지 찍으면서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해외 시세도 비슷한 흐름을 띠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1월 17일 오전 3시 9만9834.31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18일 10만4184.81달러로 상승했다. 20일엔 오후 3시 30분 기준 10만9191.25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소식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는 "유일한 공식 트럼프 밈(THE ONLY OFFICIAL TRUMP MEME)을 획득하라"는 말로 오피셜 트럼프의 발행 소식을 알렸다. 밈코인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농담이나 밈(Meme)으로 만든 가상화폐로, 도지코인·시바이누가 대표적이다. 재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져 특별한 목표나 기술력은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만든 밈코인의 위력은 대단하다. 18일(오후 1시 기준) 7달러에 불과했던 '오피셜 트럼프'의 가격은 19일(오후 8시 기준) 74.3달러까지 치솟았다. 가격이 하루 만에 96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그 결과, 40억 달러였던 오피셜 트럼프의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를 넘어서며 가상화폐 시총 순위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20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아내 멜리나 트럼프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MELANIA' 코인을 출시하며 밈코인 출시 행렬에 동참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itizens for Responsibility and Ethics in Washington)'의 조던 리보위츠 부회장은 "대통령이 산업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 스스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자료|빗썸, 참고|21일은 오후 3시 기준] |
뉴욕타임스(NYT)는 19일 "트럼프 가족의 코인 사업이 윤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고, 포브스는 "트럼프 코인이 정치 권력과 투기에 심각한 윤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취임식에서 가상화폐 정책의 방향성을 발표한 것도 아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 '전략적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비축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상승세를 타던 비트코인 가격은 취임식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취임식 직전 1억6000만원대로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취임식 이후인 21일 오전 8시께 1억5333만원으로 하락했다. 고점(1억6346만원) 대비 6.19% 떨어진 수치다. 시장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한 결과로 풀이된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화폐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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