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등 서방 제재 받았던 인물"
18일 이란 수도 테헤란 대법원 청사 내에서 모하마드 모기세 판사와 알리 라지니 판사가 암살된 이후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
이란의 수도 테헤란 중심가에 있는 대법원 청사에서 18일(현지시간) 고위급 판사 두 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대법원 소속 부장판사인 알리 라지니(71)와 모하마드 모기세(68)가 한 남성의 총격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두 판사는 모두 1988년 반(反)체제 인사들에 대한 대규모 처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의자는 사무실에 있던 라지니·모기세 판사를 총으로 쏜 뒤, 또 다른 판사 1명과 경호원에게도 상처를 입히고 도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범행 동기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란 사법부는 총격범과 관련해 "현재 대법원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과 직접 관련된 인물은 아니었다"고 밝혔으며, 이 사건을 '계획된 암살'로 규정했다. AP는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국영매체 미잔을 인용해 "초기 조사에 따르면 범인은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적이 없고, 법원 지부의 의뢰인도 아니었다"며 "현재 이 테러 행위의 배후를 파악하고 체포하기 위한 조사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숨진 판사들이 주로 공안 사건을 담당하면서 이란 신정 체제에 맞서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서 온 행보와 관련된 범행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이들(라지니·모기세 판사)은 1980년대부터 이슬람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탄압하는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법원에서의 그들의 역할에는 (죄수에 대한) 사형 선고 확정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도 피살된 판사 2명에 대해 '국가안보와 간첩, 테러 등 범죄에 맞서는 사건'을 맡아 왔다고 전했다. 매체는 "라지니 판사는 1998년에도 암살 시도 대상이 된 적이 있고, 모기세 판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의 제재를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