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을 기록한 전시회에 참석한 베트남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이에 따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3-1부(이중민·김소영·장창국 부장판사)는 64세 응우예 티탄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7일 항소 기각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한국 정부가 응우옌씨에게 3천만 1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응우예씨는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 1968년 2월 12일, 고작 7살이었던 응우예씨는 엄마와 언니, 남동생을 모두 잃었다. 본인도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 피해자 증언과 미군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이날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 들어가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70여 명을 학살했다.
그는 2020년 4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위자료 3천만 100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 당시 마을 민병대원 등의 증언 등 바탕으로 응우옌씨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당시 해병 제2여단 1중대 군인들이 원고 집에 이르러 실탄과 총으로 위협하며 원고 가족들로 하여금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총격을 가했다"며 "이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는 퐁니 마을 주민을 공격한 세력의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대한민국 국군으로 위장한 북한군이나 베트콩 또는 북베트남 군에 의한 공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해병 제2여단가 작전 수행 중 퐁니 마을에 진입한 사실 및 그중 성명을 확인할 수 없는 일부 부대원들이 원고와 그 가족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을 총과 총검 등으로 공격해 살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베트남과 한국, 미국 간의 약정서 등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방어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해당 주장을 배척한 재판부는 "개인의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나 소송제기권을 포기·배제하는 취지의 합의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1968년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정부 측 주장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7세에 불과했고 이 사건으로 어머니마저 여읜 점, 주권면제 원칙상 원고가 대한민국 외의 곳에서 피고에 대하여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없는데 국교 단절 등으로 배상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근거로 정부 주장을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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