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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성장 늪 탈출하려면 …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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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신년기획-인터뷰 ◆

매일경제

블룸버그


머티어스 코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54)은 저성장 덫에 빠진 한국이 재도약하기 위한 조건으로 과감한 규제개혁을 꼽고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노동시장과 교육 시스템을 개혁해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먼 사무총장은 매일경제와 신년 서면 인터뷰를 하고 "경쟁 관련 규제 장벽 관점에서 한국은 개선할 여지가 많다"면서 구체적으로 "관세· 외국인직접투자(FDI)·서비스와 네트워크 산업에서 국가 개입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 혁파 방식으로 규제가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는 활동은 허용하는 이른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코먼 사무총장은 "정부 직접 통제는 예컨대 시장 실패 등으로 시장의 해결이 가능하지 않은 특정한 상황에만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먼 사무총장은 또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 이하"라면서 "생산성을 개선하는 것이 지속적인 소득 성장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보상 구조에 장시간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여야 한다"며 질적인 노동 생산성 개선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성장 모델은 무엇인가.

▷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 같은 개혁은 국내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서 '평평한 운동장(level playing field)'을 기반으로 역동적인 경쟁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생산성 차이를 줄일 수 있다. 개혁에서 핵심 요소는 불필요한 관행을 혁파하고 더 많은 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경쟁하도록 규제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연공서열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바꾸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교육 시스템 역시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흥미와 재능, 기술에 적합하고 시장의 필요성에도 부응하는 학습과 훈련 기회를 추구하도록 개혁돼야 한다.

―한국의 혁신에 대한 평가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5.2%를 연구개발(R&D) 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R&D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이 다. 그러나 혁신적인 활동과 생산성 개선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서비스 부문보다는 기술과 제조 등 특정 부문에 집중됐다. 한국은 세계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춘 국가가 됐지만 스타트업들은 국제적으로 스케일링업을 할 때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해외 시장 접근이나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정부 지원 확보에 부수되는 행정적 부담도 안고 있다.

―시급히 개혁할 과제는.

▷ 경쟁에 대한 규제 장벽 관점에서 한국은 OECD의 우수 관행과 비교해 개선할 여지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관세, 외국인직접투자에 대한 장벽, 서비스와 네트워크 산업에서 국가 개입 등이 개선돼야 한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OECD 경제 설문조사는 규제를 '포괄적인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 소유나 정부 직접 통제는 시장 실패 등으로 인해 시장의 해결이 가능하지 않은 특정한 상황에만 적용돼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크기 제한' 규제는 제거해야 한다. 이 규제는 성장과 새로운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다.

―노동 생산성 개선 방안은.

▷한국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OECD 평균 이하다. 2022년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 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평균(1752시간)보다 8.5% 더 많다. 시간당 생산성을 개선하는 것이 지속적인 소득 성장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OECD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긴 노동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보상 구조와 성과 평과 기준에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여야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국제적인 사례와 실증적인 분석에 따르면 출산율과 여성의 고용 간 충돌(trade-off)을 완화하는 것이 고소득 국가에서 하락하는 출산율을 되돌리는 핵심이다. 이를 위해 더 높은 수준의 민간 보육을 촉진하고, 공공 보육 접근권을 개선하고, 일하는 부모의 필요에 부응하도록 공식적인 보육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 동시에 육아휴가는 연장되고 접근 기준도 완화돼야 한다.

―해외 노동자 수용은.

▷더 개방적인 이민 정책은 잘 관리된다는 가정하에 향후 노동력 부족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OECD 장기 계산에 따르면 한국이 현재 수준에 가까운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2040년까지 이민 순유입이 크게 증가해야 한다. 이민을 확대할 때의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민정책은 이민자들을 인력 시스템, 교육 시스템 나아가 사회 전체에 완전히 통합되도록 해야 한다. 숙력 이민자들은 생산성을 개선하는 실증적으로 검증된 역할을 감안할 때 한국이 특히 더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코먼 사무총장

1970년 벨기에에서 태어나 나무르대에서 법학 학사, KU 루뱅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6년 호주 서부 퍼스로 이민을 갔다. 서호주 정부와 연방 정부에서 고문역을 맡았다. 이후 정계에 진출한 그는 2003~2004년 호주 자유당 부총재, 2004~2006년 선임 부총재를 역임했다. 2001년에 유년기 꿈인 민간 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2013~2020년 최장수 호주 재무장관을 지냈다. 2021년 6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신으로는 처음 OECD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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