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2024.11.14. 워싱턴=AP/뉴시스 |
당초 오는 19일(현지시간)자로 미국에서의 앱 다운로드가 금지될 것으로 예상됐던 ‘틱톡’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전망이다.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미국 내 이용자 수가 1억7000만 명에 달하는 최고 인기 플랫폼 중 하나지만, 미국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운영 금지 처분을 받을 상황에 놓여 있었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9일 발효될 예정이던 틱톡에 대한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19일은 바이든 대통령의 퇴임 및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 불과 하루 전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틱톡의 운명을 트럼프 당선인의 손에 맡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앞서 미 정치권은 중국 기업인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에 대해 적대감을 표하며 지난해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추진해 상·하원 의결과 대통령 사인까지 일사천리로 금지 결론을 냈다. 그러나 틱톡 이용자들, 특히 주 이용자인 젊은 층들은 자신들이 쌓아온 수많은 구독자와 콘텐츠들을 잃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틱톡의 앱 운영 금지가 현실화되자 최근 이들은 정부를 향한 조롱과 저항의 의미를 담아 틱톡이 아닌 다른 중국계 숏폼 동영상으로 ‘이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틱톡 난민’들이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레드노트(小紅書)’로 옮겨가고 있다”며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나란히 배열돼있는 샤오홍수(왼쪽)과 틱톡 앱 아이콘. 출처: AP·뉴시스 |
강한 여론의 반발에 더해 틱톡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우호적 태도도 바이든 행정부를 난감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계 플랫폼인 틱톡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틱톡을 통해 젊은 유권자, 특히 남성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하면서 최근에는 “틱톡이 계속될 수 있게 해야한다”며 구제 방법을 찾겠다고 말해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역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틱톡이 먹통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19일이었던 기업 매각 시한을 행정명령을 통해 90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조차 “틱톡이 미국 측 인수자를 찾을 때까지 시간을 더 줘야 한다”며 “수백 만 명의 미국인과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삶과 생계를 지킬 시간이 필요하다”고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19일 틱톡 금지를 시행하더라도 하루 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상황이 뒤집힐 가능성이 커지자 바이든 행정부가 차기 행정부로 공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틱톡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회생의 희망을 걸고 있다”며 “추 쇼우즈 틱톡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틱톡 CEO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알트먼 오픈AI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함께 취임식 연단에 앉을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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